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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y 31. 2022

<주역>의 철학 - 굽이길과 멀미

이기동 교수

  어느 선생님에게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고 노를 젓는 사람과 모르고 젓는 사람의 인생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주풀이에 대한 답장을 주신...


  나는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의 저서와 강의로 <주역>을 공부했다. 이 분의 책에는 버스기사와 승객에 대한 비유로 <주역>의 성격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 버스 안에서,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은 기사와 잠을 자고 있는 승객이다.


  버스 기사는 눈으로 길의 방향과 경사를 확인하며 핸들을 돌리기에, 평형감각이 시각으로부터 미리 정보를 전달받고서 대처할 수 있는 경우 잠을 자고 있는 승객은 평형감각이 그저 방향과 경사의 결에 따른다. 문제는 잠을 자지 않는 승객이다. 기사처럼 시각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없는 상태는 아니다 보니,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방향과 경사에 저항을 하는 것.

  삶의 맥을 짚을 줄 아는 감각, 그것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흐름의 결에 맡기는 게 낫다는 거지. 다시 말해, 열린 생각으로 우연에 대처하란 이야기. 미련스럽게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며 저항하다가는, 토사물을 쏟아낼 수도 있으니...


  치밀한 마스터플랜이 있던가, 열린 체계이던가. 그래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저 자신만을 설득할 수 있는 자기 미학에만 취해 연실 구토를 해댈 것인가? 


  그런데 이런 말을 백날 해봐야 소용없다.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삶의 맥을 짚어내는 감각도 좋을 거라는, 자기 신뢰도 포기하지 못하잖아. 구토를 하다하다 탈진에 이르는 한이 있어도, 남아 있는 기력으로 최후까지 저항하는 우리들이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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