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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l 08. 2022

프로이트, 엘렉트라 콤플렉스

메두사의 머리카락, 아테나의 방패

... 우리는 또한 여성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 여성을 두려워하는 것, 그리고 동성애 성향을 내보이는 것들이 어느 정도는 여성에게 남근이 없다는 최종적인 확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다. 페렌치는 최근 이 두려움의 신화적 상징인 메두사의 머리를 남근이 없는 여성의 성기에 대한 인상과 결부시켰는데 정말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 - <유아의 생식기 형성> 중 -


  그리스 신화에서 언급되는 메두사의 가장 큰 매력은 머리카락이었다. 중동의 여성들이 히잡을 쓰는 이유이기도... 그것이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는 거야. 남성들이 눈을 가려야 할 문제에, 여자의 머리카락을 가렸다는 건, 그만큼 남성중심의 관점이라는 거지.


  그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다. 정신분석에서의 뱀은 원초적 욕망으로서의 남근을 상징하기도 한다. 페르세우스는 눈을 감고 메두사의 목을 친다. 프로이트에게는 이 신화가 가장 좋은 명분이었던 거지.


  제대로 옮긴 것인가를 몇 번 확인했는데, 번역 상의 오류가 조금 있는 것 같다. 메두사의 목이 잘리고 흐른 피에서, 포세이돈의 상징인 말이 태어난다. 그게 페가수스. 메두사는 포세이돈과 정을 통한 사이였고, 그걸 아테나가 질투한 거잖아. 메두사의 머리가 붙어 있을 땐, 그게 남근의 상징이고, 머리가 잘린 후에는 ‘거세 불안’을 담지하고 있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거야. 거기서 포세이돈의 흔적이 잉태된 거고...


  그러니까 이 신화를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성기가 지닌 차이성으로 해석했다기 보단, 남성의 성기에 준하는 해석을 했던 것.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로 자신의 방패를 장식하는데, 이걸 남근의 획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발육상의 차이는 성기의 해부학적 차이 및 그와 관련된 심리적 현상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지만, 그 차이라는 게 남성에 준하는 차이라는 거야.


  또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여성들이 남근이 없음에 결핍감을 느낀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과도한 남성 위주의 관점인 거잖아. 그런데 정말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저런 거세적 발탁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내가 너무 무감각한 건 아닐까 하는... 페미니즘의 욕받이가 되는 프로이트가 되레 페미니즘의 근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 예를 들어, 우리는 오랜 전에 이미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해서 남편을 선택하는 많은 여성들이 그들이 결혼 생활에서 어머니와의 나쁜 관계를 남편에게 반복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한 여성의 남편은 그녀와 그녀 아버지와의 관계를 계승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와 그녀 어머니와의 관계를 계승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억압의 한 사례로 쉽게 설명된다. 그녀와 어머니의 관계는 1차적인 것이고,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그 토대 위에 형성된다. 그런데 결혼 후에 그 원초적인 관계가 억압에서 다시 되돌아 나온 것이다. 여성이 여성다움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의 주요 의미는 대상에 대한 애정적 집착이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로 전환되는 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 <여성의 성욕> 중 -


  남아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는다는 걸 인정한다 해도, 여아는 무엇을 겪는지가 오이디푸스 신화로는 해석되지 않는 경우잖아. 그래서 융은 여아의 경우를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설명했지만, 프로이트는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는다는 거야.


  남자의 음경과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같은 기관이라는 말이 있잖아. 아동의 시절에는 성정체성이 모호하다 보니, 여아도 엄마에게 성애를 느낀다는 거야. 엄마는 아이를 돌보면서 많은 스킨쉽을 하고, 기저귀를 갈다가도 성기를 건드리는 경우가 있으니, 아이는 그 쾌감의 정체는 모르는 상태로 그 자극에 반응한다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성애의 대상이 된다는...


  그런데 여아는 성장의 과정 중 클리토리스에서 음순과 질의 성감으로 옮아가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고, 엄마에 대한 성애가 아버지에게로 옮겨진다는 거야. 성인이 된 이후에, 무의식적으로나마 아버지 같은 느낌을 받은 남성에게 끌리게 된다면, 그 기원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이야기.


프로이트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땠든 간에, 학술적으로는 이렇듯 여성을 남성의 파생적 대상으로 설명했다.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창조했다는 이브처럼... 남자도 납득 못할 논리에, 여성 정신분석가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건 당연했지.


  프로이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우호적인 여성 학자는 루 살로메 밖에 없는 듯. 살로메의 의견은 굉장히 존중한다. 그런 면에서는 또 사랑하는 여자에게만은 열려 있던 남자. 그런데 살로메는 그런 대우를 좋아했을까? 사랑의 어드벤티지 보단 학자로서의 객관적 평가를 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또 이게 애매한 문제지. 프로이트는 사랑에 관해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성적 흥분이라는 것이 어떤 화학적인 물질의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언젠가는 생화학이 남성의 성적 흥분을 야기시키는 물질과 여성의 성적 흥분을 야기시키는 물질이 무엇인지를 밝혀 주리라는 기대를 가져봄 직도 하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현미경을 통해 히스테리, 강박 신경증, 우울증 등의 자극 요인을 구별해 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 - 다행히도 이제는 그런 터무니없는 희망을 갖지 않는다 - 만큼이나 순진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 <여성의 성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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