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편집장 Oct 24. 2021

사랑의 의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사랑의 결말은, 적어도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여느 남녀들이 하는 여느 사랑처럼,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권태로움으로 흘러가다 끝에 다다른 것뿐이다. 그래서 남자는 떠나기로 한다.


조제가 안고 있던 불행은 이 사랑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다. 그냥 한 여자로서 사랑받은 것뿐이고, 흔한 연인들의 이별처럼 헤어지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도 기꺼이 남자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떠날 것이었다면 차라리 머물지나 말지 그랬냐는, 그냥 계속 불행하게 놔두지 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심어주었냐는, 원망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헌신과 수혜의 교감이 아닌, 그저 사랑을 한 것뿐이다.


사랑은 본능을 따라야 하는 걸까? 사랑도 의리이어야 하는 걸까? 사랑은 적어도 의무다. 사랑이 아닌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의무.

작가의 이전글 이제 다시 사랑 안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