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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l 21. 2022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 언어와 관습

신체와 무의식

506 ‘우향우!’라는 명령을 듣고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아 참, 우향우지’라고 말하고 우향우를 하는 멍한 사나이 - 이 사나이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올랐는가, 하나의 해석인가?


  학창시절에 한 번쯤은 틀린 기억이 다들 있지 않나? 군인 신분이 되면 절대 안 틀린다. 갈굼 당하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반사신경으로 녹아들기에... 


  외국어 전공자들이 머릿속으로 통역을 하면서 외국어를 말하는 건 아닐 것 아니야. 그냥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 꿈도 전공 언어로 꿀 때가 있다. 


  그렇듯 언어는 관습과 경험의 결과라는 것. 단순히 무엇을 지칭하는 기호만이 아닌,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인식이 이미 상감(象嵌)된, 신체와 무의식까지 경유하는 기호라는 것. 소쉬르 - 라캉에게서는 ‘랑그 - 빠롤’로 설명되는 주제. 


  언제고 유영석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들었던, 너무 재미있어서 여지껏 기억하고 있는 일화 하나. 가수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공연 도중에 무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한 외국가수가, 수술 후에도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을 고생하다가, 내한 공연 기간 중 맞은 침 한 방에 완치가 되었다고 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 서양의학으로는 ‘결리는’ 증상을 고칠 수가 없다고 한다. 왜? ‘결리다’라는 단어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렇듯 언어는, 그 언어를 공유하는 사회의 가치체계를 매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캉이 언어와 문화와 무의식의 상관성을 이야기 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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