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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l 21. 2022

비트겐슈타인, <철학 탐구> - 언어의 조건

문장의 조건

431 ‘명령과 그 수행 사이에는 간극(間隙)이 있다. 그것은 이해로 매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은 우리가 이것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뜻이 된다. 명령 - 그것은 바로 단순한 음성, 잉크 무늬에 지나지 않는다.’



  졸저 <문장의 조건>에도 실었던 일화 하나.


  “야! 쓰는 것 좀 가져와 봐!”


  군복무 시절에, 말을 꼭 이런 식으로 하는 선임이 있었다. 그 상황적 맥락을 내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이면 모르겠는데, 지금껏 걸레 빨다가 들어온 쫄따구에게 다짜고짜 ‘쓰는 것’을 가져오라고 하면, 나는 볼펜을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빗자루를 집어야 하는 것일까? 모자와 톱은 아닐 테고... 


  그런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그가 그 순간에 필요로 하는 ‘쓰는 것’을... 그냥 안다. 그렇듯 언어라는 건, 문법의 바깥까지 포함하는 맥락의 이해라는 거지. 그런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때로 소통의 기능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저 음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런 형태 중 가장 어려운 게, 사랑의 언어지. 가란다고 가는 경우에도 욕을 먹고, 가랬는데 안 가는 경우에도 욕을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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