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조건
"독자를 웃기고 울리고 애타게 만들어라." - 찰스 디킨스 -
어느 역자는, 소설의 장르가 발생한 이래로 디킨스만큼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작가는 없었다고까지 말한다. 여왕으로부터 최하층의 빈민까지 디킨스의 열렬한 독자들은 매달 그의 작품이 출판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단다. 이 말은 곧 그가 소설을 '연재' 방식으로 출판한 작가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회차 별로 연재한 스토리를 다시 단행본으로 묶어내는 방식이 낯선 것도 아니지만, 당대만 해도 디킨즈가 거의 최초의 작가였던가 보다. 책을 구매할 돈이 없는 민중들을 배려해, 책값을 내리면서 원고를 최대한 분할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 그 결과 폭넓은 지지층을 소유할 수 있었던 디킨스는, 셰익스피어의 예술성과 비견되는 영국 문학의 상징이다.
디킨스 어록 속의 '애타게'를 꼭 그런 시대적 상황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겠냐만, 어찌 됐건 좋은 작가란 독자로 하여금 지금의 페이지를 읽으면서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하는 작가라는 의미겠지? 그러니 다음의 페이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페이지에서 내 역량으로 가능한 최대 출력으로 웃기고 울릴 것.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로 엮은 한 권이, 다음 작품을 집어들게 하는 토대일 테고...
- 민이언, 다반, <문장의 조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