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코드
한 여인이 어느 마을을 방문했다가, 주일이 되어 그 마을의 성당을 찾았다. 설교 중이던 신부의 입에서 농담이 흘러나왔는데, 그녀만 웃지 않았다. 신부의 유머가 그녀에게는 전혀 웃기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다른 교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베르그송이 언급하고 있는 이 일화는, 웃음이 그가 속한 집단을 대변하는 언어 체계라는 함의이다.
그 무리에서는 꽤나 웃긴다는 이들이 공증의 평가에서는 미끄러지는 현상, 혹은 아재 개그에 모든 아재가 웃는 것도 아닌 현상이 말해주듯, 웃음이란 것도 소통이 전제된 집단의 코드라는 것이 베르그송의 설명이다.
베르그송이 하이데거에게 넘겨준 팁은, 존재는 시간의 산물이라는 것. 개인이 겪는 시간의 성질은 그가 속한 집단의 언어 체계가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그 언어의 성질을 매개하는 소통의 체계와 채널이 인식의 근거이기도 하다. 존재론적 차이와 인식론의 차이, 이 상황을 쉽게 정리하자면 말이 안 통하는 거다. 그래서 웃기지 않는 거라는, 혹은 '웃기지도 않는' 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