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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an 12. 2023

<슬램덩크>, 정대만 - 니체의 격언으로

아모르 파티

  “현재가 가진 최고의 힘으로부터 너희는 과거를 해석할 수 있다. 너희의 가장 고귀한 특성들을 가지고 전력을 다해야만, 너희는 지나간 것 속에서 알 만하고 보존할 만하고 위대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것은 같은 것을 통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는 과거를 너희에게서 끌어내리는 셈이다.”


  <슬램덩크>의 정대만을 예로 들 수 있을까? 방황한 날들에 대한 처절한 후회, 그 반동으로 방황이 없었던 이들을 넘어서버린... 돌아온 탕자들이 관성과 타성으로 떠밀려 가는 이들보다 삶을 더 사랑하듯, 방황이 없었던들 저만큼이나 농구에 대한 애착이 가능하지 않았을 수도... 되찾은 오늘의 열정은 잃어버린 시간 이전의 온도까지 뛰어넘는다. 그의 과거는 변하지 않지만, 이미 그 과거에 대한 해석이 변해 있다. 어리석은 자의 결론이 아닌, 치기 어린 날들로 겪은 성장통으로서... 같은 것은 같은 것을 통해! 그런 영원회귀.

  그 길을 계속 고집해야 할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미련하리만큼 진득하니 그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떠나갔다가도 끝내 다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열망들. 지나간 시간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까봐, 더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 그런 이들은 끝내 그걸 해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또 격언이라는 게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되는 터라, 열정과 겉멋을 분간하지 못하는 이들이 열정을 빌미로 정당화하는 것들. 그저 자기 좋을 대로, 고통은 최대한 회피하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려 드는 이들의 차이 없는 반복. 흔히들 말하는 니체의 긍정 철학, 그러나 니체는 그것을 산고에 비유한다. 니가 배 아파 낳은 생성의 연대기일 때에만이, 이 삶이 보다 가치 있어지는 거라고... 아모르 파티의 테제 역시 고통을 전제로 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자들에게나 가능한 지평이며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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