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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13. 2023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 반유대주의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쉰들러 리스트>

반유대주의 맹목성이나 무의도성은 반유대주의가 하나의 ‘출구’라는 설명에 진실성을 부여해준다. 분노는 무방비 상태의 제물에 퍼부어진다. 제물은 상황에 따라 서로 뒤바뀔 수 있다. 집시도, 유대인도, 신교도도, 구교도도 재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역, 문학과 지성사, p257 -


... 판단은 더 이상 변증법을 구체적으로 수행하면서 얻어진 ‘종합’ 위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을 무지막지하게 보편적 개념 밑에 밀어 넣은 ‘포섭’ 위에서 이루어진다. ... - 같은 책, p301 -



  반유대주의는 그 목적이 유대인이 아니었다는 거야. 독일 국민의 절망을 투사할 수 있는 제물이라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라캉의 정신분석에서는 욕망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욕망의 대상이 아닌, 욕망 그 자체를 욕망하는 것. 들뢰즈도 파시즘은 독일 대중들이 원했던, '욕망의 도착(倒錯)'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는 이미 자본사회에 대한 반성적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부작용이 팽배했던 시절. 가장 큰 부작용이 전쟁이었고,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배상금까지 물고 있던 상황이었고...


  마르크스는 향유 문화와 가치 체계가 경제 구조의 지배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잖아. 프로이트는 이성의 힘에 대한 회의로부터 무의식을 연구한 것이고... 결국 구조주의에서 말하는 ‘텅 빈 주체’가 파쇼의 원인이었다는 거야.


  경제 논리에 매몰된, 더군다나 그 경제가 파탄의 지경에까지 이른 독일 국민들은 반성적 사고 없이, 그 절망을 투사할 수 있는 제식에 열광했다. 나라를 잃고 전 세계에 퍼져 살아가고 있던 유대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었으니, 유통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힘든 경제 속에서, 출구가 없는 어두운 절망 끝에서, 독일 국민들이 선택한 제물은 경제의 중심에 있던 유대인이었다. 


  산업화의 프로파간다가 개인의 사유를 대신하다. 그 구조에 매몰된 주체는, 전체에 포섭된다. 이 시대의 철학자에게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는 이렇게 활용이 된다. 실상 지젝과 바디우 계열의 현대철학도 기본 골격은 이 시대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이다 보니, 당대 지식인들은 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히만에게 아렌트가 따져 물은 ‘사유하지 않은 죄’ 역시 이런 담론의 영향. 그 말만 가지고서는 뭔가 피상적이잖아. 실상 이렇게 구체적인 논리에서 뻗어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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