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갤러리에서
생각에 관한 한자들에는 부수로 心자가 붙는데, 지금이야 뇌의 기능인 걸 알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인식의 콘트롤 타워를 심장으로 여겼다. 실상 지금도 마음에 난 생채기는 머리보단 가슴의 문제잖아. 심장을 도려내고 싶을 만큼...
쇼펜하우어는 내장기관의 불수의근(不隨意筋)에 빗대며 무의식을 설명한다. 의식의 명령에 복종하는 메커니즘은 아니니까. 정신분석의 에로스 담론은 이미 쇼펜하우어에게서 언급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서의 사랑을 ‘화려한 절망’이라고 표현했던 것.
‘화려한 절망’이라...
멋있는 표현이지.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 멋있는 건 이미 누가 먼저 했어.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에겐 지동설이 상식이긴 하지만, 감각의 메커니즘에서는 여전히 천동설 안을 살아가잖아. 때문에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거지. 그러니 시냅스와 도파민이 무슨 소용이냐 말이다. 여전히 가슴이 아픈 일인 걸.
표지로 쓸 만한 그림이 있을까 하고, 갤러리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보러 들어가곤 하는데, 잘 안 보인다. 이럴 땐 그냥 디자이너의 의견을 따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