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배움
가르침은 외적인 것으로부터 오며, 내가 포함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 준다. - 레비나스
철학사에서 ‘타자’를 저 자신의 키워드로 지닌 레비나스는 소크라테스의 산파법도 탐탁지 않아 한다. 결국에는 자기 전제의 이데아일 뿐, 세계를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은 아니라는 것. 내 등 뒤에서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는, 나와 마주한 타인의 시선을 빌렸을 때야 비로소 뒤돌아 확인하는 미지의 순간이다. 그렇듯 내 바깥의 관점을 빌렸을 때, 이전에 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게로까지 넓혀지는 지평도 가능한 것이다.
레비나스는 응답이 부름에 앞선다고 말한다. 이는 타인을 향한 열린 태도가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맞아들이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배움도 가능하다는 것. 물론 저 어록이 줏대 없이 타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겠냐만, 또한 일단 남을 가르치려고 드는 성향들에게는 좋은 빌미이기도 할 것이다. 저 자신은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지 어떤지에 대한 반성은 없으면서, 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어야 한다며 몽니를 부리며 건넬 수 있는…. 하여 저 어록은 무언가 배울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나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