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화려하지 않은 고백>
작곡가 이영훈이 꼽는 자신 최고의 곡은 <옛사랑>이라고 한다. 자평하길, 그 즈음부터 자신이 쓰는 가사가 시에 가까워졌노라고... 내 이전 세대에게 이문세와 이영훈의 콤비가 있었다면, 내겐 그 조합만큼이나 최고였던 구성은 이승환과 오태호였다. 이영훈의 음악에 빠져, 노선을 락에서 발라드로 돌렸다는 오태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시는, 이승환의 음성에 얹혀진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다. 학창시절에 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부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얼마나 연습을 해댔던지.
이 넓은 세상 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언제 들어도 참 좋은 가사. 오태호의 시는 이승환의 음성으로 낭송될 때가 최고였던 듯. 학창시절에 지니고 있던 이승환에 대한 표상을 이 한 곡이 대리하기도 한다. 화려한 스킬 속에 담겨진 화려하지 않은 고백.
사르트르가 정의한 사랑은 그가 말한 실존적 자유의 연장선이다. 모든 것이 열려진 가능성 속에서의 절대적 선택, 사랑은 그 자유를 전제로 한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그 혹은 그녀를 택하는 것. 무인도에 남겨진 이성이 이 사람과 저 사람밖에 없다면 누굴 택하겠는가와 같은, 어떤 한정된 조건으로 좁혀진 선택지가 아니다. ‘이 넓은 세상 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는 것.
“너 아니면 내가 만날 사람이 없냐?”
호기를 부려 보아도,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서도 노상 너를 생각하고 있는 것. 또 뭐 그런 게 사랑이지, 여기에 무슨 사르트르의 철학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