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휴대폰에서 애플뮤직을 로딩시키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CD 플레이어나 LP 플레이어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선율이 공간의 밀도를 채운다.
우리는 스트리밍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트리밍 이후의 음악 경험이 있기는 한 걸까?
1년, 2년 후부터 10년 후에는 어떤 음악적 경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끄적여보았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스트리밍이 지금보다도 더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음악을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멜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에서 월 정액제를 구독하며 음악을 듣는다. 길을 걷거나 지하철에 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듣는다.
휴대폰과 이어폰이 여태까지의 스트리밍 도구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가 그 자리를 대체하려고 한다. 소니, 하만카돈, JBL 등 유수의 기업들의 블루투스 스피커뿐 아니라 마샬 등도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샐리, 알렉사, 시리, 빅스비, 오케이 구글, 헤이 카카오.
이런 AI 친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름도 다양해서 외우기도 어렵다.)
이와 더해서 AI라는 소프트웨어를 담을 수 있는 하드웨어로 스피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에코, 애플의 홈패드, 구글의 구글 홈 그리고 네이버의 wave가 바로 AI가 배포되는 하드웨어다. 이 AI 스피커들의 등장은 비단 음악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 경험의 환경이 확장된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CD플레이어와 LP플레이어가 익숙하지 않은 20대와 30대들에게 스피커는 꽤나 익숙한 제품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동을 할 때, 쇼핑을 할 때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이제는 바로 '집에서' 음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가 내장되어있는 곳을 생각해보자. 다름 아닌 자동차다. 그렇기에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인공지능 테크 기업 및 음악 서비스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들 자동차에서 플레잉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이미 북미 이외의 국가에서 판매된 자사 자동차에 파트너십을 맺은 스포티파이의 음악을 제공한 적도 있다. 현재는 판도라와 같은 라디오 형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른 것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매달 돈을 내고 스트리밍을 구독(subscription)한다. IFRA의 <Global Music Report 2017>에 따르면, 아직도 중국이나 러시아, 남미와 같은 유료 스트리밍이 자리잡지 않은 시장을 고려했을 때 약 2억 명까지 유료 소비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미개척 시장과 더불어 위와 같이 스트리밍을 듣는 환경적인 변화 또한 스트리밍의 성장과 확장에 그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은 스트리밍이다.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적인 확장(집, 자동차) 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것은 고품질 음원을 제공하고 있는 타이달(Tidal)과 그루버스(Groovers)였다.
물론 음악을 소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질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민감하지 않다. 하지만 일부 매니아층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아마 B2B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겠지. 이렇게 대중이 아닌 일부 타겟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의 스트리밍 또한 앞으로 우리가 더욱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이 될 것이다.
스트리밍 이야기는 지겹도록 했다. 스트리밍이 아닌 음악 경험 중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오프라인 음악 경험, 즉 공연이다. 공연과 페스티벌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난 10년 동안 그 규모를 키워왔다.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레코딩음악의 성장세보다 공연 음악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파른 것을 볼 수 있다. 음악적 경험의 절대적인 수치로 환산하면, 공연은 스트리밍을 따라올 수 없지만 매출액이라는 기준으로 접근을 한다면 많은 뮤직비즈니스에게 스트리밍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향후 더 많은 형태의 공연과 페스티벌을 음악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의 네임밸류에 기대지 않은 독창적인 공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례도 있다. 가끔 TV에서 메이저냐 인디냐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 음악 업계에서 기준을 나누어보면, 전 세계는 메이저 레이블이 약 65%,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약 35% 정도의 점유율을 나누어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인디펜던트 레이블의 점유율은 높다.
해외에는 beehype와 같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를 위한 전문 매체들도 있고, Pitchfork 등의 음악 전문 매체들에서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은 그 반응이 미미한 수준이다.
밴드캠프, 사운드클라우드, 네이버뮤직의 '뮤지션리그'와 벅스의 'B-Side'는 좋은 취지 아래 서비스되고 있는 (주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와 팬들을 위한 음악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은 TV에 나오는 아티스트들 외에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의 음악을 소비하며 음원, 공연 티켓 등의 구매까지 가능하다. 이 또한 스트리밍 이후에 기대되는 음악 경험의 분야 중 하나이다. 많은 음악 소프트웨어의 등장과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런 추세와 함께 실력 있고 작품성을 가진 많은 아티스트들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팬덤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경험은 지금 업계에 (특히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해보면 스트리밍 이후의 음악 경험은 단순하다.
스트리밍은 음악 소비의 관점에서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으로 더욱 다양한 아티스트와 매체, 공연 경험의 확장은 스트리밍이 아닌 다른 음악 경험을 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음악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된다. 음악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경험들이 우리 음악 산업의 미래에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