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오픈 스테이지 리뷰
올해로 3년째,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이하 '르쏘)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좋은 기능들을 해내고 있는 이벤트다. 아티스트나 문화예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네트워킹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번 르쏘는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의 세미나와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오픈 스테이지라는 이름 하에 3명의 연사가 참여했다.
3명의 연사 분 모두, 각각 다른 배경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활동을 해가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고 듣는 입장에서의 코멘트를 해보고자 한다.
야마하의 케이스로 이야기를 시작해주셨다.
보통은 야마하를 피아노와 같은 음악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로 알고 있지만, 야마하 모토사이클를 비롯하여 몇 개의 계열사들은 반도체나 무인헬기 같은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피아노와 별 연관성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제품 리스트들을 보게되면 야마하가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야마하가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되었나를 아래에서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피아노 수리 > 악기 제조 > 전자악기 제조 > DSP 제조
피아노 제조 > 목공기술 확보 > (정부의 요청으로) 전투기 프로펠러 생산 > 엔진 생산 > 모토사이클 사업 진입
과정을 살펴보면, 시작은 피아노에서 시작되었지만, 기술의 접점을 이용하여 다른 산업 군에 까지 발을 넓혀온 것이 야마하의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최용수 연사님의 케이스는 어떨까 ?
현재 그는 뮤지컬, 밴드, 공연 기획, 웹툰 등 컨텐츠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다른 분야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음악을 하다가, 행사를 하다가 혹은 외주 작업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과 연이 닿아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접점을 찾고, 그 안에서 확장성 있게 일을 추진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능력도 있어야하고 다양한 분야에 맞추어 자신의 작업물도 맞추어갈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할 것이다.
연사님은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발표의 타이틀 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로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맞는 가치들을 제공하면서 큰 틀에서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어요.'를 말씀해주셨다.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그렇게 하면, 예술로 먹고 사는 것이긴 한데 그리고 가장 많은 케이스이지만, 나는 이상주의자라 조금 더 편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
비즈니스에서 하기 싫은 것. 문어발식 경영
"음악을 하면서 좀 웃기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커트 코베인을 동경하면서, 메이저 씬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욕하더라고요. 커트 코베인은 메이저 씬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데."
락스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레드 제플린이나 커트 코베인 같은 음악과 삶을 꿈 꾸었을 것이다.
단편선님도 그런 꿈을 가지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돈에 관한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작년에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면서 투자도 받고, 본인들의 사비를 보태 약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음반이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음반을 사는 이유는 들으려고 사는 것보다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외식업의 예를 들어주시며, 재료비가 30%정도이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음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해주셨다. 결국 몇 개월 혹은 1년 이상 작업하는 결과물을 통해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한다는 현실. 흔히 말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마케팅도 했었지만 결국 단편선님이 생각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 음악은 잘 대중적이지는 못해요. 그래서 상업적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뭐 마케팅도 해보고 여러 지원사업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하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왜 서류 작업 같은 하기 싫은 것들도 해야할까. 대중성이나 상업성으로 시장의 10%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음악으로 먹고살기는 힘들 것 같아요.결론은 인디에서 음악을 하는 것으로는 먹고살 수 없어요. 메이저로 올라가거나 아니거나죠."
앞선 연사님과는 다르게 단편선님은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YES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저는 예술로 먹고 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고요. 결국, 삶이 있고, 음악이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여러분들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삶이 있고 그 안에서 음악도 많이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레이브릭스는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2인조 밴드이다.
디스코그라피에 정규 앨범도 없이 EP 앨범 한 장으로 작년에 영국과 러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스토리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그들은 어떻게 해외에서 투어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
"저희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아요.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음악을 하면서 친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밴드 멤버 두명 모두, 음악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는 것. 서광민님은 2012년 영국에서 1년 동안 유학을 하면서 음악 활동을 잠깐 했었고, 드러머인 유혜진님은 디자인을 전공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피티 슬라이드도 좋았던 것인가...)
처음에는 영국의 프로모터, 베뉴, 매거진과 같은 매체까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메일을 400통이나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답장이 온 것은 달랑 5통 이었다고. 생각해보면,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밴드가 영국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느낌도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에서 약간의 실수도 있었음을 말해주셨다.
그래서 레이브릭스는 일단 영국에 가기로 했단다. 멤버 2명과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3명의 티켓을 끊었다.
그러는 동안에는 드러머 분의 전공을 살려 머천다이즈까지 직접 제작을 하고 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어 비용에 대해 일부분을 마련했다고 한다.
영국에 가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런 친구들을 만들다보니 그 안에는 프로모터, 페스티벌 오거나이저 등 다양한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본격적인 투어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SOUND CITY, Sofar Sounds를 비롯해 6주동안 다양한 지역과 베뉴에서 공연을 했고, 더 나아가 러시아에서도 V-ROX 페스티벌을 비롯해 하루에 600km 이상을 차를 타고 다니며 투어를 했더란다.
서광민님은 예술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전제는 있다.
예술가로서 성공한다면,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성공을 하려면 어떤 것들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르쏘
많은 분들이 느꼈지만, 네트워킹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인사를 나누고 싶었던 몇몇 분이 있었는데,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대신 오픈 스테이지와 강의 내용이 길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많은 의견들을 들으면서 어쩌면 이런 주제에 대해서 발제를 하는 형식의 이벤트도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용수 (만쥬한봉지)
모든 사람이 최용수 연사님과 같은 방식으로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상황이 싫거나, 환경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거나 혹은 능력이나 유연함이 부족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는 조금 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다. 음악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도 아주 소수이지만 있으니까 말이다. 주변에 음악을 하는 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사실 최용수 연사님과 같은 케이스가 가장 많았다. 가능하다면 행사도 하고, 음악 디렉터나 프로듀싱 같은 외주도 하고 아니면 아카데미에서 강습을 한다던지. 그런데 이런 케이스가 예술로 먹고 사는 가장 많은 사례라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했다. 원해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나는 아직은(?) 이상주의자라서 이런 상황을 바꾸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기동 단편선
삶 그리고 예술에 대한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뭔가 진정성 있게 들렸다. 음악은 음악이고, 삶을 살아가면서 음악이 함께 하는 거라는 말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많은 아티스트가 '난 꼭 음악으로 먹고 살거야.' 아니면 '음악으로 성공할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생각보다 삶을 살아가면서 음악을 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오는 음악이 진짜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깨알 공연 홍보: 4월 8일 카페 언플러그드 '새포크')
서광민 (레이브릭스)
무엇보다도 실행력이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음악 전공이 아니라는 점이 다른 커뮤니케이션이나 여러 투어에 대한 기획, 연계에 대한 요소에서 좋게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영국의 여러 베뉴와 러시아에서의 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던 점은 어쩌면, 인디 씬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다른 밴드들에게 좋은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국내에서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생각해보면, 해외시장이 합리적 생각해봐도 더 나은 길일 수 있다.)
세 연사분들 모두 각자의 철학이나 스토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르쏘에서 주제와 더불어서 세 분의 연사님들이 해주셨던 말씀들을 떠올리다보니, 그 내용들을 관통하는 것이 있었다. 예술가는 성공해야,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것. 여기서 성공은 음악으로 여러 일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아니면 대중의 락스타가 되는 방법 둘 다를 말한다.
몇 주전, 소셜벤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한 엑셀러레이터의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내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음악하시는 분들이 음악만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예전에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공연비도 제대로 받지 않고 공연을 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물론 정말 능력이 없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실력과 음악을 가진 분들도 음악으로만 돈을 벌기는 힘들더라구요. 근데 우리가 알만한 뮤지션들 중에서도 음악과 관련 없는 직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음악과 뮤지션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창업가로서 해결해야 할 부분인가? 이게 조금 헷갈립니다." 대충 이렇게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그 대표님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이 어떠한 직업을 선택했는데 그걸 업으로 삼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건강한게 아니라고 봐요. 물론 일부는 정말 그 직업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 문제가 있다면 일단 정책적으로 해결이 되어야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민간에서 그런 걸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맞다고 봐요. 그건 어떤 혁신을 통해서 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의 방법이 될 수도 있구요. 저는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이게 정말 그들이 느끼는 문제인지 아니면 이미 고착화되어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한 수준이라 문제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는 항상 밝은 장소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평소 때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들은 그들이 활동하는 시대의 인프라와 시장에 맞추어서 그들의 음악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느끼고 우리가 아는 음악 산업의 인프라는 음반이든 매체든 컨텐츠든 10대 팬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오늘 발표했던 3명의 연사분들은 어쩌면, 그들의 방식대로 예술로 먹고 살아가는 법 혹은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택했을지 모른다.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지금은 음악으로 대중성으로 10%안에 들어야 먹고 살 수 있지만 몇년 뒤에는 20%나 30% 안에 들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음악 산업 전체이 풀어내야 할 숙제일 것이다.
10년 후에는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