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경험기 - 분양권 매수로 갈아타기
언제 설날이었지? 그 생각을 한 게.
설날에 고향에 갔다가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휴게소에서 아내와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사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네이버 부동산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내가 관심 있었던 아파트가 곧 입주라는 게 아닌가? 그런데 네이버 부동산을 보니 매물이 꽤 많았다. 이미 프리미엄은 1억 정도이며 이 비슷한 가격의 분양권이 우리 집 주변에 3개 단지의 후보가 있었다. 그 당시 주변에는 입주 물량이 상당히 많았다.
왜 매물이 많을까? 왜 수요가 없을까?부터 고민했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그 당시 내가 사는 동네가 조정지역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연초부터였으니 대략 1~2개월 정도 된 것이었다. 매수 수요는 얼어붙었고, 거래는 전년도 이후에 거의 없었다. 따라서 처음으로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며, 급속도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입주물량이다. 한참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많았다. 특히 이 지역의 대장주 아파트가 입주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분양 공급을 한 아파트들이 입주를 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실수요가 아닌 정리하려는 투자자들도 꽤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선택한 아파트들은 대장주에 묻혀, 단점이 한두 개씩 있는 아파트였다. 따라서 가격을 그 당시에 그만큼 쳐주지 않았다.
이 정도 생각을 하고 나서 내가 3년을 살았던 20년 된 구축 24평의 우리 아파트의 가격을 보았다. 내가 매입했을 때보다 1억 정도가 올랐다. 3년 동안 천천히 1억 정도가 오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아파트 분양권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1억 비싼 것이었다. 조정지역으로 지정된 덕분인지 매물은 조금 쌓여있었고, 주변 입주 물량이 많았던 탓인지 관심을 덜 받았던 것이다.
선택지는 3가지였다.
A: 비역세권, 브랜드, 24평, 중 단지
B: 준역세권, 떨어지는 브랜드, 34평, 소단지
C: 비역세권, 떨어지는 브랜드, 34평, 대단지
모두 신축이지만 조금씩의 차이가 있었다. 모두 직접 가서 걸어보고 환경을 둘러봤다.
A: 주변 환경 어수선, 낙후지역, 보완해 줄 인프라나 아파트 단지가 없음. 초등학교 많이 멀었음.
B: 단지 바로 옆 공원 조성 예정(1년 내), 천변이 지척, 걸어서 멀지 않은 역과의 거리(10분 내), 주변으로 전부 신축 아파트 단지 건축 중. 소단지라 커뮤니티 상대적 부족함.
C: 주변 환경이 아무것도 없음. 인프라 부족, 보완해줄 단지 인프라 부족, 학교 매우 멈
결론적으로 B를 선택했다. 소단지지만 주변이 전부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실거주로서의 환경(영구 숲 조망, 천변을 끼고 있는 단지, 단지 바로 옆 공원 조성 예정, 역과의 거리 등)이 너무 좋았다.
단점은 소단지이라서 커뮤니티가 대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도로 가라 교통 소음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3~5년 이내에 이사 간다고 생각하고 집돌이인 내 성격 상 커뮤니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작아도 신축이라 헬스장, 도서관, 골프연습장은 있었다. 또한 사전점검 때 가서 느낀 것이지만, 창호와 유리가 굉장히 질 좋은 브랜드로 시공이 되어 있어 소음이 90% 정도는 차단되었다.
결론적으로 설날 다음날 휴일이었지만 부동산에 연락해 가계약금을 보내버렸다. 갑자기 한 결정이었지만, 지금 20년 된 24평 구축 아파트와 불과 10분 거리인데, 불과 1억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신축 30평대 아파트인데 말이다.
따라서 내 아파트 상승분 1억을 프리미엄으로 주고 내가 현재 갖고 있는 대출을 유지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출은 그대로, 신축, 더 큰 평수인데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잘한 것
첫 번째는 조정기에 집을 산 것이다. 매수 수요가 얼어붙어 있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와 규제책으로 인해 얼어붙어 있다면 그건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주식에서도 가치 투자를 한다. 기업 자체의 가치와 재정이 탄탄하다면, 코로나나 전체적 위기가 와도 언젠가는 다시 회복하여 우상향 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나는 부동산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치가 있는 입지의 아파트는(특히 신축) 전체적 분위기나 규제책으로 인해 조정을 받아도 분명히 다시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가치에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주식과 다른 점은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지면 내가 실거주를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럼 조정기나 하락기가 와도 거주를 하면서 버티면 상승기가 왔을 때 보답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잘한 점은 더 큰 평수를 고른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이 늘어 소형 평형이 아주 인기를 끌었다. 내 구축 아파트도 그런 인기에 편승해 24평 아파트가 같은 단지 내 30평형 대 아파트와 많이 차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건설사에서 중형, 대형 평형을 공급이 적었었다. 따라서 향후 대형 평형의 입주가 줄어든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더욱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큰 집이 앞으로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내가 그렇다고 대형 평형을 샀던 것은 아니다. 나는 24평과 34평 중 더 큰 34평을 골랐다. 국민 평형이라는 34평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인기를 끌 것이고, 적은 세대원이라도 분명히 큰 집을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셋째, 작은 가격으로 선진입했다.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이미 나도 진입했을 때 프리미엄이 1억이 있었지만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주변 신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며, 또한 구축에 비해서도 비싼 편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주변 대장주 신축과는 상당한 가격 차가 있었으나, 인프라는 공유할 만큼 근접했다. 따라서 분명 소단지지만 주변 신축 가격과 갭 메우기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생각은 적중했다.
넷째, 주변 아파트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분위기,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 경쟁률 등 꾸준히 관심을 갖고 주시했다. 이 아파트들은 그중에 하나였고, 계속 주시했기 때문에 적정 가격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섯째, 내 결정을 믿고 빠른 실행을 했다. 오랫동안 지켜봐 온 내 생각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빠른 실행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행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실수했던 것이 있다면
첫째, 기존 집 매도보다, 새 집 매수를 먼저 한 것이다. 빠른 결정으로 분양권 매수를 결정하고 보니 기존 집을 매도할 수 있는 시간이 대략 3개월 정도였다. 사실 이 정도 기간이면 매도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조정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분위기였다.
집 보러 오는 사람 자체가 매우 적었다. 철저한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싼 가격에 내놓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매도가 안되어 상당히 속이 탔었다. 바로 이런 애타는 마음 때문에 가격을 조금 낮게 팔게 되었다. 집이 안 나가는 것이 상당히 걱정되었었는지 가위도 현관에 매달았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도를 어렵게 했지만, 수요자 중심의 시장 덕분에 새로 살 집을 좋은 조건에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반드시 매도를 먼저 한 후, 매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음이 급해 원하는 가격에 못 팔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한 매도와 매수는 조정 지역 지정 후 그 단지들의 첫 번째 거래였다.
둘째, 중개 수수료를 온전히 다 냈다. 분양권 거래이다 보니 그냥 으레 달라는대로 수수료를 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요자 위주 시장이었는데 말이다. 따라서 가계약을 할 때 부동산 수수료에 대한 내용을 먼저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새 집
누구도 먼저 거주하지 않은 새 집이다. 혹자는 새 집 알레르기, 포름알데히드 등 여러 가지 나쁜 점이 있어 새 집은 전세로 한번 돌려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새 집을 내가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요즘은 새 집 증후군 예방 작업 서비스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 나도 이용을 했다.)
적은 초기 자금
분양권 거래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이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 전체를 낼 필요가 없다. 보통 계약금+프리미엄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중도금 대출은 분양권 매도자에서 분양권 매수자로 승계를 한다. 따라서 처음에 적은 돈으로 새 아파트를 입주할 권리를 얻는 것이다. 물론 잔금 시 잔금 대출로 중도금 대출을 대환하고 나머지 부족한 돈까지 충당할 수 있다. 따라서 분양권 거래는 적은 초기 자금을 통해 권리를 사고, 지어지는 몇 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상승 여력
실거주로 내 집을 마련하지만 마음속에 내 집이 조금이라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없다면 거짓말이다. 분양권 거래는 이러한 상승 여력은 거의 90% 존재한다고 본다. 특히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구축이 많은 곳이나 역세권 등의 입지에서 신축은 상승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분양권 거래를 하게 되면 손해 보지 않는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사 시기 조율 가능
신축 아파트 입주할 때는 입주 기간이라는 것이 있다. 단지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서 세 달 정도로 알고 있다. 그 기간 안에는 잔금을 치르면 자유롭게 입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이 지나게 되면 중도금과 잔금에 대한 대출 이자를 아주 세게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이미 다른 곳에 거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사 시기가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신축 입주에서는 내가 입주일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 또한 각종 인테리어를 미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입주 박람회
신축 아파트 입주시기에는 입주 박람회라는 것을 한다. 아파트 입주에 필요한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한데 모아서 파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입주 박람회에는 중문, 시스템 에어컨, 줄눈, 입주 청소, 이사 등등 이사와 아파트에 관한 대부분의 상품이 다 있다. 업체들은 경쟁을 통해 가격을 조금 낮춰서 팔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때 구매해도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 또한 등기를 위한 법무사 비용도 집단으로 보통 하기 때문에 저렴한 수수료로 등기를 할 수 있다.
지금은 많은 규제가 생겨 내가 이사했을 때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찾아보고 공부해보면 내가 좋은 조건으로 이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현장을 찾아가 보자. 모두 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