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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Jun 30. 2021

쿨한 척,아닌척하는 사람들의속마음 - 르상티망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난 고급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그냥 파스타 체인점이면 충분해”


“왜 외제차를 사는 거야? 난 국산차도 엄청 좋던데.”


“난 명품 옷이 필요 없어. 그냥 스파 브랜드도 충분해”



겸손하기도 하고 아주 쿨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쿨한 척 이야기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그 옛날 니체는 이러한 감정을 ‘르상티망’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르상티망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번째,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한다.



예를 들어 많은 주변 사람이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느새 같은 수준의 명품 가방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이 품고 있는 르상티망을 해소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에 자신의 기준을 예속, 종속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내용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도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그는 소비자의 행동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소비자의 행동은 욕구에 대한 충족을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의 구매 기준은 매우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그 기준은 소비자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깊은 욕망,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이 나타내는 표상의 영향, 성공의 정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제적 포식자, 즉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의 가장 막강한 동력이 '과시적 소비'라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부를 펼쳐 보이고 싶다는 저항 할 수 없는 욕구 말이다.


이 ‘과시적 소비’의 개념도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에 내 가치판단을 예속시키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꾼다. 



니체에 의하면 르상티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용기와 행동으로 상황을 호전시키려 들지 않기 때문에 르상티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된 가치 기준을 뒤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주장해서 르상티망을 해소하려 한다.


처음에 등장했던 쿨한 척하는 말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고급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라는 말은 고급 레스토랑은 격이 높고, 파스타 체인점은 격이 낮다는 가치관을 일부러 뒤집어 보이려는 의도가 내포되어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고급 레스토랑은 격조 높은 음식점이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세련된 가치관과 미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 더 나아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가치 판단을 뒤엎고 싶다는 르상티망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보지 않았지만 파스타 체인점도 맛있어 라고 하면 될 것이고, 더 간단하게 나는 파스타 체인점을 좋아해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르상티망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르상티망


르상티망의 예는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가장 흔하게 부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주택자들에게는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외친다.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기사가 나와 집값이 곧 폭락할 테니, 주택 영끌 매매한 사람들은 이제 큰일 났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의 표상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은 그 가치판단을 받아들여 예속된 행동을 한다. 그러나 노력으로 이룰 수 없거나 어렵다면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을 뒤엎으려 한다. 그렇게 해야만 본인의 르상티망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자본가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한 <공산당 선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가 혁명으로 사회질서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다. 현재 온전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 이 역시 르상티망을 자극한 전형적인 콘텐츠이다.


이쯤 되면 평소에 내가 흔히 하던 말들도 돌아보게 된다. 평소에 했던 말들, 남들이 하는 말들을 곱씹어 보니, 그 말들이 르상티망에 기인한 것인지, 혹은 더 복잡한 문제에 뿌리를 둔 것인지 잘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를 축적한 모든 사람을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사람은 마음속 르상티망이 꿈틀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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