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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7. 2018

비밀요원의 조건

#28. '예술의전당 불꽃놀이 1시간만에 보고 돌아오기' 분야 비밀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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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떤 문을 열 때 아주 간단한 정보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열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자면 이 문은 조금 힘껏 밀어야 열린다거나, 미닫이 문이 아니라 여닫이 문이라거나, 열쇠 구멍을 잘 맞춰야 자물쇠가 열린다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때문에 쉽게 열리지 않는 문 말이다.

이런 문들의 특징은 문을 어떻게 여는 지에 대해서 알고 나면 너무나도 쉽게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기 전에 그 문은 마치 지옥을 지키는 철문과 같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 나는 개인적으로 007이나 제이슨 본과 같은 비밀요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ㅎㅎㅎ

그 이유는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아주 쉽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개봉한 탐 크루즈 주연의 'Never go back ('16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비밀 요원이건 미헌병 예비역 소령이건 누구건 간에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거나 실전 경험을 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훈련과 실전 경험이 중첩적으로 계속된다면 그 특정한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은 남들보다 뛰어날 것이고, 결국 이런 경험들은 비밀요원을 만들어 내는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잭 리처'라는 캐릭터가 나름 유행시킨 대사가 'I'm in.'이다. 우리 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진입 완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진입을 준비하고, 어떠한 어려움도 해결하고, 그와 교신하는 상대방 (보통은 여성이다)에게 통신으로 말한다.

"I'm in. (진입 완료)"

그러니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는 판단하고 행동해서 그 육중한 철문을 열어내는 사람들인 것이다.

※ 참고로 영화 'Never go back'의 한글 제목은 '잭리처: 네버 고 백'이다. 고백이라는 단어가 'confess' 등의 단어의 뜻을 지니고 있어서 약간 불편함이 느껴지는 제목이긴 하다. 그래서 일본 제목을 찾아 봤더니 일본 개봉제목도 '잭 리처'였고, 부제는 영문으로 Never go back이었다. 나름의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한글로 네버 고 백이 머람? 네버 고 백이? ㅡㅡ


▼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잭 리처'라는 리 차일드라는 걸출한 하드보일드 소설가의 캐릭터가 그리 탐탁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다.)

벌써 7년여 전에 나와 함께 일하던 나의 팀장은 리 차일드라는 소설가의 광팬이었다. 

그는 주로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것을 즐겼고 (S사에서도 말이다), 늘상 저녁 약속이 있었고,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던 부류의 인사였다. 

심지어는 자신의 대학원 입학 에세이까지도 같이 일하는 나에게 위탁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으니 할 말은 없다. ^^

그는 심각한 연중 회의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간 가지 않았던 교육에 입과하길 바랐고, 그가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술자리에서 비밀요원이나 액션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리 차일드가 만들어낸 캐릭터인 잭 리처를 꺼집어 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책들은 영어로 읽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때문에... 그가 말해주는 줄거리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대목들이 뭉텅이 뭉텅이 있었고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나에게 잭 리처는 그저 피곤함 / 지침의 대명사와 같은 캐릭터였다.

게다가 우리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숏다리 잭 리처에 익숙해지고 있다. 

원작의 잭 리처는 키가 190cm이고 몸무게는 100kg이 넘는 거한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숏다리 / 우리가 익숙한 / 늘상 보던 이미지의 만들어진 탐크루즈 주연의 잭 리처를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옛 트라우마 때문에 나름 마음이 복잡하긴 하지만 잭 리처 시리즈가 좋다. 

최근에 나오는 영화들 중에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

▼ 지난 31일 밤 11시가 넘어 문득 올해는 예술의전당의 불꽃놀이를 보고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12월에 본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이번에 보면 4년만의 불꽃놀이다.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원래 이때 그 시간의 예술의전당은 아주 아주 춥다. 

적절한 옷을 걸쳐 입고는 예술의전당으로 향한다.

예술의전당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40분이었다.


사실 이때 예술의전당에는 그 어디에도 차를 댈 곳이 없지만…

난 이럴 때 어디에 세우는지 안다. 차를 세우고 예술의전당 진입에 성공한다. 

"I'm in." ㅎㅎㅎ

▼ 예술의전당 불꽃놀이의 특징은 수많은 하얀 풍선이 각자의 소망메시지와 함께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늘로 오른다는 점이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어디에선가 풍선을 준비해서는 희망메시지를 써넣는다. 

풍선을 준비해서는 카운트다운을 기다린다. ㅎㅎㅎ 새해가 밝아 오르자 저 높은 하늘로 하얀 풍선을 올려 보낸다.

새해에는...

하면서...


▼ 사실 예술의전당의 불꽃놀이에 격조를 더하는 것은 그 음악이다.

신년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들과 함께 새해가 온 것을 알리며 서초구의 한복판을 밝히는 불꽃놀이다.

이 불꽃놀이는 약 20여분간 계속된다. 

불꽃놀이가 끝나갈 때쯤 유유히 자리에서 빠져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러고는 더 혼잡해지기 전에 예술의전당을 빠져나와 12시30분에는 이미 집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담배를 한대 피운다.

마치 불꽃놀이를 몰래 보러 간 잭 리처와 같이 말이다. ㅎㅎㅎ ㅡㅡ


▼ 난 결코 이 순간 자만감에 빠졌던 것이 아니다. 

그저 2017년에는 얼마 전까지 그랬듯 다시 속도감을 되찾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17년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 이런 저런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들로 가득 채운 후 이를 재빠르게 시행하면서 적어도 어떤 분야에서 만큼은 잭 리처가 됐다는 기분으로 느낌으로 올해를 산다면 훨씬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뿐이다.

▼ 그러니 모두들 올해는 즐겁게 웃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잭 리처가 되는 것은 어떤가?

난 이미 '연말 예술의전당 불꽃놀이 1시간만에 보고 집으로 오기' 분야의 잭 리처인데 말일세... 

그런 의미 올해 나의 키워드는 스피드가 될 듯 ^^

By 켄 in 예술의전당 ('16년 12월 31일에서 '17년 1월 1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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