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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7. 2018

막시마의 결혼, 퀸 유나와의 이별

#32. Adios Nonino - 여왕들의 탱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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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날씨가 궂어서 날씨에 맞는 곡들을 따라 듣다 보니 어느덧 종착점에 탱고가 있었다.


그래서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들을 탱고곡들을 들으면서 지냈고…

데드풀 ('16년)이란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다가 꽤 좋은 옛 곡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하이퍼링크에 따라 노래를 듣다 보니 어느덧 탱고를 듣고 있었다.

탱고곡 Adios Nonino라는 곡은 Astor Piazzolla가 자신의 부친을 그리며 쓴 곡인데 이 곡은 공교롭게도 21세기에는 여왕들의 전유물이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왕들 주위를 맴돈 곡이었다.

▼ 2002년 2월 2일, 네덜란드의 왕세자, 빌럼 왕세자 (당시)는 아르헨티나계 여성인 막시마 소레기에타와 결혼했는데 결혼을 하는 와중에 문제가 생겼다.

막시마의 아버지 호르헤 소레기에타가 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에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는 것이 네덜란드 의회에서 문제가 됐다.


이에 왕세자는 왕위를 포기한다는 얘기까지 했지만 결국 막시마의 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내고, 아버지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식은 진행됐다.

대신 막시마를 위해 네덜란드 측에서 준비했던 곡이 Adios Nonino라는 곡이다.

왕세자비가 되는 막시마는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2002년 2월2일, 네덜란드 왕실 결혼식 (빌럼 왕세자|막시마 소레기에타)에 연주된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 시간이 흘러 2013년에는 앙드레 류가 네덜란드의 남부 도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아르헨티나의 반도니언 연주가인 카를로스 부오노와 협연하여 다시 한번 이를 네덜란드 국민에게 들려준다.

왕세자인 빌럼 공은 2013년 4월 30일, 베아트릭스 여왕의 퇴위와 함께 네덜란드의 국왕으로 즉위를 했고, 막시마 소레기에타는 네덜란드의 엠마 왕비 이후 123년 만에 네덜란드 왕국의 왕비가 된다.


아버지가 결혼식에 올 수 없다는 어려움을 겪은 막시마였지만 11년 후에는 어엿한 네덜란드 왕국의 왕비가 되니… 이는 조신히 왕실 생활을 한 그녀의 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또 다른 그녀의 운명이라고 하겠는가?

2013년 4월 30일, 국왕 즉위식에 참석한 빌럼 알렉산데르 네덜란드 국왕과 그의 가족

This image, which was originally posted to Flickr, was uploaded to Commons using Flickr upload bot on 2013年5月1日, 11:58 by CrazyPhunk. On that date, it was confirmed to be licensed under the terms of the license indicated.


앙드레 류의 공연 날짜가 같은 해, 6월 19일이었던 걸로 봐서는 앙드레 류 혹은 공연을 주최한 사람들이 빌럼 공의 즉위에 맞춰 이런 레퍼토리를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게 한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반도니언의 경쾌하기도, 서글프기도 한 음악 가락이다.

Tango - Adiós nonino (C. Buono) | 출처: Youtube

 

▼ 다시 시간이 흘러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이 곡은 또 다른 여왕과 인연을 맺게 된다.

우리의 여왕 김연아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에 같은 곡이 쓰였다.

여왕 유나킴은 자신의 마지막 스케이트를 위해 이 곡을 준비했다.

2009년 007 메들리로 쇼트를 내놓았을 때 여왕은 영화 007 전편을 보고 연기를 준비했다 하니 자신의 마지막 스케이트를 위해 왜 이 곡을 준비했는지는 굳이 궁금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중에라도 어디서든 왜인지 듣게 되면 나에게 알려줬으면 한다.
아마 매우 그럴싸할 것이다.

나는 당시에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던 때여서 이 경기의 중계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후배들과 만나게 된 자리에서 당시의 스케이팅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프리 김연아 | 출처: Youtube


▼ 사람들 중에는 의미 있는 사인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첫 마라톤을 아테네에서 뛰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 말이다.


이렇게 사인을 남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 그가 사인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데까지 어려운 과정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그 사인이 아주 적절해야 하는데 그런 적절한 사인을 내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 호르헤 소레기에타가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에서 연주한 곡

네덜란드의 왕세자가 왕으로 즉위하고,

막시마가 네덜란드 왕비가 되는 때에 맞춰

네덜란드의 남부 도시*에 울려 퍼진 곡

그리고 우리의 여왕 김연아가 자신의 마지막 스케이팅을 위해 울린 곡


※ 남부 도시: 마스트리흐트 (Maastricht, 네덜란드 남부, 벨기에 국경의 도시)


이 모든 곡이 Adios Nonino라고 생각하면 도대체 왜 저리도 많은 여인들이 카를로 부오노의 반도니언 소리를 들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은밀한 눈빛도 날려 보느냐를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라는 매체에 숨겨진 사인만으로도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며 다시 하나 더 배운다.


By 켄 in 대치동 ('16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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