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요즘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시는 시대가 있을까 싶다.
커피 소비행태를 시대적으로 굳이 구분해 보자면 지금은 커피 3.0 시대 쯤 되는 듯하다.
커피 1.0 시대는 식사를 하면 의례 커피 한잔 하려고 하지만 다방 커피나 봉지 커피도 큰 무리없이 커피로 받아들이면서 먹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커피 2.0 시대라고 하면 스타벅* 혹은 커피*과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찾아 다니면서 그 커피를 마시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커피 3.0 시대라고 하면 개인 또는 법인이 수입한 원두를 볶아 준비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제조할 수 있는 바리스타들이 드립커피를 만들건, 더치 커피를 만들건, 기계로 내리건 정성껏 준비한 커피를 고객에게 파는 모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사실 이런 일괄적인 커피의 시대적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왜냐면 시계를 1990년 (저의 대학 입학년도)으로 돌리더라도 홍대 극동방송 앞쯤에 가면 멋진 체리향 커피를 내려 주는 곳이 있었다. 이름은 가물가물 하지만... ^^
(헥사곤이었나? 뭐 그런 이름이었다. 종업원들은 바리스타스런 코스프레를.. ㅎㅎ)
▼ 남대문이 근무지라 근처 이곳저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남대문이라고 하면 커피 1.0, 2.0, 3.0이 모두 공존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통으로 들어가면 1.0도 종종 있다. ^^
늘 걸어다니다가 본 한 커피집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광수 커피하우스 정동점'인데.. 정동길을 걷다가 보면 참 정겨운 느낌이 드는 집이고, 항상 사람이 많아서 뭔가 맛난 것이 있을 것과도 같은 집이다.
▼ 전광수커피하우스에 들어서서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두 잔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들여다 본다.
저희가 주문한 것은 싱글이었지만 블랜드 커피 중에 '오즈의 마술사'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오즈의 마술사...
오즈의 마술사...
이거 갑자기 많은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앞에 후배가 앉아 있었지만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났다.
▼ 우선 마법과 마술이라는 말을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마법이란 '마력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법'이고, 마술이란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일'이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의 원제는 'The wizard of Oz'다. 영어로 Wizard는 마법사라고 번역할 수 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라고 하면 Hogwarts School of Witchcraft and Wizardry라고 쓴다.
그러면 마술사는 뭐라고 할까? 영어로는 Magician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술을 하는 사람인 셈이다.
결국 전광수 커피하우스의 '오즈의 마술사'라는 명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옳은 표현이다.
무슨 말이냐면 프랭크 바움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즈의 마법사'는 오마하에서 기구를 타고 가다가 오즈라는 곳에 불시착하게 된 지방의 한 마술사여서 작중에 나오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의 정체는 사실 '마술사'가 맞다.
따라서 오즈에 있는 마법사 행세를 하고 있는 한 지방의 마술사라는 뜻으로 '오즈의 마술사'라는 말을 쓴다면 그것은 매우 맞는 표현이라는 의미다. ^^;;
▼일본어로 보면 더 쉽다. 마법사는 魔法使い 마호우즈카이 라고 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자라고 하지만 마술사는 手品師 테지나시라고 해서 손으로 눈을 속이는 기술을 가진 자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에는 요술공주 샐리, 요술공주 밍키로 남아 있는 그 아이들을 일본어로는 각각 마법사 샐리 魔法使い サリー 마호우즈카이 사리 (일본인들은 샐리라는 말을 못해서 사리이 라고 장음으로 발음한다), 마법 프린세스 밍키모모 魔法のプリンセス ミンキーモモ 마호우노 푸린세스 밍키모모라고 한다.
▼ 위의 제목을 살펴보면 우리는 애니메이션 제목에 대해서 마법과 마술의 현격한 차이를 두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법과 마술 사이에 '요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혹은 마법이라는 답답한 개념보다는 요술이라는 조금은 숨통이 틔여질 것 같은 단어를 써서 애니메이션 제목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
'Bewitched ('64년 ~ '72년 미 ABC 시트콤)'의 우리말 제목은 '아내는 요술쟁이'이다. 그래서 이 '요술'이라는 말은 꽤나 오랫동안 우리가 사용했던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아마 우리와 같이 70년대생이라면 이 오프닝이 낯설지는 않을 거다.
https://youtu.be/oOOFdNWPP04
▼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나 시트콤의 제목을 정할 때는 요술이라는 도입했지만 약간은 엄격하게 구분되었으면 하는 마법의 개념이 있다.
다음 대화를 한번 들어보자.
남친: 수지야, 다음달 19일에 우리 1박2일로 바다 가기로 한거 기억하지?
수지: 웅, 기억해. 근데 자기야, 나 마술...
움... 조금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90년대말 생리대를 제조하는 D사가 내놓은 광고 덕에 여성의 생리를 마법, 마술로도 부르게 된 것을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굳이 위의 대화를 놓고 보자면 마술이라는 단어보다는 마법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무지 어떤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마법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지: 웅, 기억해. 근데 자기야, 나 마법...
웅, 이 쪽이 더 말이 되는듯 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분을 더 좋아할듯하다.
그런데 단어의 뜻에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단어를 잘못 선택하는 문제가 생길까? 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1999년 매직스라는 제품의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https://youtu.be/erFwRydy9Ng
▼ 물론 페미니스트들의 경우 그게 왜 마법이고 마술이냐? 엄연히 생리라는 이름이 있으니 헛갈리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그 말씀이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의한다.
다만 혹여 마법이나 마술이라는 단어를 써서 비유를 한다면 마법이 더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는 거다. ^^
▼ 전광수 커피하우스 정동점의 내부 인텔리는 매우 단아하고, 보기 좋다.
작은 로고에도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지고, 커피 맛도 이 정도면 예가체프의 맛을 제대로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주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맛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루소랩도 최근 서울 여기저기에 생기고 있지만 난 역시 정동점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부도 꽤나 시원스럽게 생겼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충분한 스페이스가 있다. 2층도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날은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라는 커피를 부탁해 봤다.
역시 아프리칸 고유의 산미가 살아 있는 커피였고, '16년 신곡 (新穀 new crop) 이어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루소랩은 작년 신곡을 사용한다는 것이 큰 어필 포인트였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납득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곳 티라미수는 참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
▼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를 아이스로 해서 마시니 매우 시원한 초원에서 거니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슬슬 더워지고 있었지만 이 커피가 있다면 이번 여름은 어찌 어찌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마저 든다. ^^;;
▼ 앞에서 마법과 마술에 대한 얘기를 잠시 했지만 사람이 한 개념을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눈에 띄는 것이 생기는 모양이다. 생각 생각을 하고 있자니 마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시하라 사토미'의 소주 광고를 보면... 도대체 마법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매우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토미는 말한다.
"아~~ 마법이 풀리고 있어~~"라고.. ^^
YouTube에서 '이시하라 사토미 - 경월소주 소나기편 30초' 보기
https://youtu.be/NZ2VWqCWgpI
▼ 여기에서.. 마술이 아닌 마법을 하나 건다. 특히 남자들에게 말이다. 당신은 이 아래 5분짜리 동영상을 안본다 안본다 하면서도 결국은 끝까지 보게 되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https://youtu.be/pIc_he8-cW0
뭐 아님.. 말고.. ^^
By 켄 in 커피 마시는 곳들
('17년 5월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