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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Feb 08. 2023

작은 기획, 큰 공감 (1)

이벤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요소들 이야기

어찌 보면 손 편지 같고 달리 보면 수제 선물 같은 그것은, 이벤트 과정 중의 은밀하고 정성스러운 노력이다. 그 노력은 때때로 '굳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 이 것을 '작은 기획'이라 부르고, 결과는 '큰 공감' 혹은 오랜 기억이라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해 본 이라면, 그 선물 포장을 뜯는 사람보다 더 설렐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을 것"



#N주년 기념일


몇몇 직원들이 사무실 창가의 가로 1m 남짓한 블라인드를 반짝이는 소품으로 꾸미고 있었다. 그 블라인드 바로 앞 책상의 주인공은 자리에 없었다. 모니터에도 풍선을 붙여 꾸미고, 자리에는 팀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작은 선물을 놓아뒀다. 번거로운 과정임에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고약한 장난을 준비하며 당황할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낄낄거리는 악동꾸러기들 같다.


곧 자리에 돌아온 자리의 주인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얼굴이 발갛게 상기될 정도로 좋아한다. A4 사이즈 종이 하나를 가득 채운 글자 한 자 한 자를 이어 만든 'OO의 3주년'을 바라보며, 그는 어쩌면 스스로도 몰랐을 이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많이 고마워했다. 오가는 이들도 함께 축하의 한마디를 보탠다. 회사 차원도, 팀 차원도 아닌 동료들이 십시일반 준비한 이 '작은 기획'은, 블라인드를 걷지 않고도 따뜻한 톤의 빛으로 공간을 가득 메웠다.



현장에서 목격해 비로소 알게 된 동료의 N주년 기념일과 같이, 누군가의 배려로 만들어지는 팀의 소소한 문화를 접할 때면 그 소재는 익숙해도 의미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내 소통의 목적으로 직원을 인터뷰하며 자주 묻는다.


"소개할만한 팀의 문화가 있나요?"


한 리더가 답했다.


"본인이 회사에서 보낸 1년은 또 함께였던 1년이기도 하잖아요? 나름의 감회도 있었을 것 같아 팀원의 1주년을 맞이해 책을 선물하고, 팀원들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티타임을 합니다."


의미를 묻자 이렇게 덧붙인다.


"팀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의 생일과 입사일 같은 특별한 날을 함께 기념하면, '팀에서 나를 챙겨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좀 더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책 선물은 1년을 넘어 미래의 발전도 돕고 응원하는 의미고요. 작은 이벤트지만 앞으로도 지속할 팀만의 문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감동의 크기


'감동의 크기 = 마음의 크기(진정성) x 고민의 시간(정성)'



#상대적 특별함


옛 동료는 집에서 하는 저녁식사에 부모님을 초대하며 조금 색다른 요소를 더했다. 식탁 위 꽃이나 테이블웨어, 그리고 음식의 담음새 등에 정성을 다했고, 여기에 부모님이 예상치 못했던 '메뉴판'을 만들어 보여드렸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존중이 가득한 서비스를 받는 것 같은 이런 의외의 요소들은, 부모님의 즐거움과 함께 그날의 홈 디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본사 임원과 한국 직원 간의 만남의 자리인 이벤트에도 이와 비슷한 요소를 더해 기획해 보았다. 본사 임원과 참여한 직원 모두를 특별하게 만들 몇 가지 요소는 바로 '가상 브랜드'였다. 필요한 준비물은 이미지와 이를 담은 TV에 연결할 USB, 회사에서 회의실 프레젠테이션에 사용되는 스탠드형 TV가 전부였다. 해당 호스트의 얼굴을 카페 브랜드처럼 꾸미고, 커피 이미지 위에 회사 로고를 라떼아트로 합성해 스낵바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회사 밖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요소들이 특별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의외의 장소에 존재하며 빚어내는 의아함, 혹은 '상대적 특별함'때문일 것이다. 화환, 포스터, 현수막 등, 그것이 보통 위치하는 곳이 아닌 의외의 공간에 존재할 때, 그 '상대적 가치'가 그 현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작은 기획의 시작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회사의 포토팀을 인터뷰하며 참여자에게 물었다.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함께 고생해주신 분들께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게 뭘까 하다가 함께 일했던 팀원들 추억을 만들어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념으로 사진을 좀 찍어드리는 이벤트를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즐거워해주시는 모습 보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낸게 기억에 남아요"


받은 것은 잊어도, 배푼 것은 오래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이벤트 속 작은 요소, 혹은 작은 이벤트인 '작은 기획'의 필요와 인식의 출발도 앞선 사례와 비슷한 즉흥 이벤트에서였다. '식목일에 나무 대신 추억 심기'라는 제목으로, 희망하는 직원들을 위해 약 2시간여 포토부스를 열었다. 개인과 팀이 와 회사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함께 리뷰하며 즐거웠던 기억이다. 시간과 개인 장비를 들여 만든 '0원' 예산의 이런 소소한 이벤트는 '즐거움, '추억', '이야깃거리'와 같은 무형의 가치에 '사진'이라는 유형의 결과를 더했다.


이벤트 요소는 큰 것들은 큰 만큼, 작은 것들은 작은 만큼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반드시 크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도 된다. 진정성 있는 작은 기획의 현실화 과정에서 기획자는 오로지 참여자와의 즐거운 경험에만 집중하면 된다.




#성공의 조건


이런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성공적인 작은 기획에 '공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0원 예산'의 기획에 화려하진 않아도 잘 정돈된,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연한 공간 인테리어가 그 모든 활동을 수용했다. 독일계 IT기업 SAP Korea는 여러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타운홀 미팅, 케이터링, 각종 클래스 등 목적과 형태가 다른 다양한 직원 이벤트에 활용한다. 스타트업 중에는 블루홀의 메인 라운지, 카카오의 커넥팅 스텝(Connecting Step), 야놀자의 라운지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의 역할도 성공의 조건에서 배재할 수 없음을 자주 느낀다. 타인의 노력에 깊이 공감하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직원의 비율이 담당자의 이벤트 성공에 대한 부담을 낮춰준다는 사실에서 사람 전반의 조직문화 발전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해당 아티클은 <작은 기획, 큰 공감 #2>로 이어집니다 →



※이 글은 원티드랩의 '인살롱'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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