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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Feb 08. 2023

작은 기획, 큰 공감 (2)

이벤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은 요소들 이야기

← 해당 아티클은 <작은 기획, 큰 공감 #1>에서 이어집니다.


마치 소중한이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듯, 작은 기획을 하다 보면 때로 그렇게 설렐 수가 없기도 하다. 좋아하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짓궂게 행복한 기분이라면 조금 과장된 묘사일까.



#이벤트 속 작은 기획


사람 간의 일, 즉 '인사(人事)'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벤트 전문가가 아니지만, 여러 요구에 의해 그것을 기획하고 관리하다 보면 경험이 쌓여 능숙해지곤 한다. 큰 조직에는 처음부터 이러한 일에 경험이 많은 이들이 직무 전문성을 가지고 팀을 이끌기도 하지만, 스타트업과 같이 라이트한 무게의 체계를 추구하는 조직에선 그 일을 자주 하지 않았던 인사담당자들이 적정 이하의 예산으로 사내 이벤트를 기획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벤트 자체는 사실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그것을 기획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성과라는 기대에 가볍게 그 일을 대할 수 없게된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티가 크게 나는 이벤트를 담당자는 온전히 즐길 수 없다.


역시나 비 전문가지만, 직무상 다양한 상황에서 그 일을 맡아 해내야 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스스로는 즐겁지 않은 (외롭고) 긴장된 과정은 늘 겪어야 했다. 과정 중 깨달은 것은, 의외로 스스로도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일반적으로 '굳이' 하지 않는 정성스러운 것들을 이벤트 요소요소에 끼워 넣는 것이다.



요소 1. 홍보 카피


전사적 이벤트 제목을 정하고 전체적인 틀이 갖추어졌다면 이를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를 정한다. 제목, 메시지, 이미지와 이를 결합한 이벤트 포스터 정도로 구성한다. 이벤트 초대 메일의 제목으로는 너무 정형화된 모습보단 약간 뒤틀린 형태도 괜찮다. 메일을 더 열어보게 만들거나, 적어도 기억에 남게는 할 수 있다.[caption id="attachment_22708" align="alignnone" width="600"]

 

메일 알림 제목이 너무 일반적이면 사람들이 거르거나 버릴 수 있다. 이 특별한 이벤트가 그냥 스킵(skip)되는 것이 제목 때문이라면 너무 억울하니 꼭 열어보도록 제목을 흥미 있게, 혹은 궁금하게 구성해보자. 즐거움의 기준은 다양하므로,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요소 2. 인쇄물


대체로 실체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필수는 아니지만, 실물인 홍보물은 그걸 대하는 이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일'로 인식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포스터'는, 이벤트가 열릴 장소를 꾸미는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 과거 회사가 이사 가기 전 공간에서의 마지막 주를 기념하고자 기획했는데, 오랜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담아 메시지와 포스터를 기획했었다. 그렇게 만든 여러 종류의 포스터를 회사 곳곳에 붙였고, 단순한 구성임에도 포스터 문구 속 숨겨진 의미를 숨겨 재미 요소도 더했다.



요소 3. 가상브랜드


누군가가 주인공인 이벤트의 경우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Host: OOO'라고 안내하기보다 해당 호스트의 이름과 얼굴을 활용한다.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합성이 가능하다면 배경 이미지를 활용해 빔 프로젝터로 띄워 벽 전체에 조사해 미디어아트 갤러리처럼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가상 브랜드(Virtual Brand)'로 구현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주인공은 감격하고, 그들의 동료도 신기해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며 참여와 확산의 효과도 있다.



특정인을 돋보이게 하는 가상 브랜드 전략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 적이 있다. 모 주류회사는 자사의 주류 브랜드를 변형해 'OO처럼'이라는 라벨로 인쇄해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었고, B사의 바나나맛 우유는 일정 기간 우유 용기에 'OOO맛 우유'라고 빈칸을 두어 많은 이들이 센스 있는 선물 아이템으로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한 감동을 우리 회사의 라운지, 회의실, 혹은 직원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다. 큰 시장, 넓은 대중의 영역과 우리 집 거실, 우리 회사의 회의실은 '작은 기획'으로부터 같은 크기의 공감을 공유할 수 있다.


요소 4. '0원' 인테리어


이벤트를 준비하다 보면 예산이 부족한 상황은 다반사다. 작은 기획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참여자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하다. 앞서 만든 카페 분위기의 미디어아트를 미리 화면에 띄워두고, 조도를 낮추고, 노트북과 연결된 스피커로 BGM을 행사 시작 30분 전쯤 잔잔하게 틀어둬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직원들이 사전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케이터링 시간엔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경쾌한 패턴의 영상(뮤직비디오, 공연영상 등)을 틀어둔다. 함께 트는 음악은 유행하는 대중가요보다 카페뮤직이 모임 자체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요소 5. 테마파크 먹거리


충분하지 않은 예산의 작은 기획에서 많은 직원을 위한 스낵 메뉴로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것은 '팝콘'이었다. 사실 전문 케이터링이 가장 좋고 담당자도 편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팝콘과 같은 테마파크 스낵은 관리할 인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팝콘'은 가성비 좋고, 해당 이벤트 공관을 마치 영화관처럼 만들 수 있다. 늘 온라인으로 기성 과자를 주문해 비치하던 직원 행사에 메뉴에 조금 변화를 주고 싶었다.



사실 팝콘이나 추로스와 같은, 간단한 기계로 구성할 수 있는 테마파크 먹거리에는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가상 브랜드'로 맞춤형 브랜딩이 가능하다는 것. 포스터나 스티커 등으로 인쇄해 붙여 마치 아이스크림가게 머신처럼 데코를 할 수 있고,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300명 기준 하루 기계 대여비와 재료비 모두 합해 30-40만 원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가격과 감성 모두를 충족시킨 팝콘과 더불어 다음 이벤트에선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로 다시 한번 히트를 쳤다. 이후엔 추로스, 팝콘, 나쵸 앤 치즈 등 다양한 테마파크 먹거리를 시도했고, 대체로 반응이 좋았다.


요소 6. 마무리 (Wrap-up)


이벤트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나온 최고의 결과물인 사진과 해당 이벤트의 후기를 정리해 간략한 이메일 메시지로 공유하면 비로소 이벤트가 마무리된다. 여행은 출발 전, 여행 중, 그리고 돌아와서의 기록이 완성하는 것이라 하듯 이벤트의 완성도 그렇다. 마무리 메일로부터 직원들은 그 날의 참여가 의미 있었음을 되새길 시간을 갖고,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장면과 정보를 배려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요소들 일부는 일반적이고, 또 다수는 특별하다. 문제는 형태가 아닌, 그걸 대하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고민이고, 의사 결정권자의 폭넓은 허용이다.



#의외의 요소


조금 더 캐주얼하고 즐거운 느낌의 이벤트에는 '자연스러움'과 '의외적 요소'가 가장 어울린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전체적인 틀, 즉 평이하고 상투적인 이벤트의 기본적인 구성들이다. 이 구성이 탄탄할 때, 비로소 작은 기획이 파고들 틈이 생긴다.


작은 기획은 반드시 자의적 동기에 의해서만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담당자는 자주 그런 요소들을 '요구'받기도 한다. 회사는 기획자에게 ‘이번엔 특별하게’를 주문한다. 커다란 규모의 행사에서는 이 ‘변화’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새로운 시도의 허용범위는 좁게 마련이다.  그런 규모의 행사일수록 원래의 틀은 비틀지 않으며 내부의 요소들을 작게 바꿔나간다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엮고 잇는 과정


작은 기획의 현실화는 ‘얽매이지 않음’에서 출발한다. 사진, 음악, 카피 등 이벤트를 구성하는 작은 기획의 요소들은, 대체로 정성과 고민의 문제이지 반드시 파격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여러 사례에서 사람들은 거창한 것이 아닌 조금 ‘다른’ 것들을 기억해내곤 했다. 그러니 기획이 크던 작던, 반드시 매우 특별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규모가 크지 않거나 게릴라성으로 진행할 땐 새로운 시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너무 큰 비용이 들지 않아야 하고, 실패해도 질책이나 죄책에서 자유로운 정도의 가벼운 요소가 좋다. 이벤트를 이벤트로 만드는 것에는 일상의 장면에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 한두 가지의 조합이 아닐까? 이곳에선 이렇게, 저곳에선 저렇게 하고 있는 것들을 엮고 잇는 과정일 뿐이다.



※이 글은 원티드랩 '인살롱'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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