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를 가슴 뛰게 만들었고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게 만들었다. 누구나가 그렇듯 말이다. 나의 그 장소는 바로 '바다'였다. 영화 ‘노킹온 헤븐스 도어’ 시한부 인생의 두 남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이야기. 누구나 죽음의 앞에 선 순간 천국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하지 않을까, 그들 역시 천국(바다)을 향해 간다.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다.”
“천국에 대해서 못 들었나?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야.”
영화 ‘노킹온헤븐스도어’ 中
'영화는 영화다.'라는 말처럼 내 인생에서 그렇게 충동적이고 비극?적인 일을 일어 나지 않았다. 그냥 그냥,뭐 그냥. 그냥 그렇지 라는 말만 입에 달면서 내 인생은 살아져만 갔다. 내가 살아가는게 아니라 시간이 살아가는거 같았다. 무수한 성취와 실패의 반복이 시간 속에서 흘러가던 어느 날 떠오른 생각 , ‘성취와 실패들이 내 목표에 대한 결과였는지, 인생에서 나의 선택이 존재했는지,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의 선택은 아니었는지'라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습게도 이러한 고민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앉아 컴퓨터를 킨 순간 또 흐릿해져 가 버린다. 또 나를 잊어 버리고 정보의 바다 속을 헤엄치러 '더블클릭'한다.
그 순간 바로 눈에 들어 온 글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남쪽 생장피에르포트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향하는 길, 800km의 거리, 파울로 코엘료 소설 <순례자>의 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길, 영화와 책으로 만들어진 길, 등 산티아고 순례길을 설명해 주는 말은 많다.
가장 쉽고 완벽한 설명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걷는 길’ 단순하다. 과거 로마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스페인의 가장 서쪽 ‘피스테라’까지 가는 길.
정했다. 여기다. 단순하다. 길 위에서서 화살표를 보고 따라 걸으면 된다. 약 900km를 계속 걷다보면 그 끝엔 바다가 나온다. 낭만적이다. 다른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었다. 이유를 위해 또 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고, 목적을 위해 또 다른 목적들을 붙이지 않고, 그냥 가보고 싶어서. 걸어서 바다를 보러 가는건 낭만적이니까 충분히 갈 이유가 생겼다.
마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일이 대단한 일인 것처럼, 참을 인을 하나 둘 새기며 '오늘도 해냈다가 아닌 오늘도 버텼다.' 하면서 살아 온것 같았다. 내일은 분명히 오니깐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거니깐 하면서 말이다.
‘피스테라’, 세상의 끝, 왠지 모르게 그 곳에 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았고 그것이 나를 안아 줄 것만 같았다. 나를 떠나간 모든 것들, 내가 그리워했던 모든 것들이 떠오를 것같은 곳에 생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부질없는 것을 원하며 불가능한 것을 꿈꾼다.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부질없고 불가능한 것을 찾고, 내가 찾는 건 결코 얻을 수 없지만 그 길에 그리움을 품을 대상 하나 쯤은 생긴다는 이유만으로도 여행을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한 달을 걸었던 여정을 글로 남겨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