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순례를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5월~6월 사이인데 걷기가 가장 좋은 날씨이고 순례자 수도 적당해 숙소를 이용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하루 평균 25~40km 정도 걷게 된다. 30km에서 5km 정도 더 걷거나 덜 걷는다. 그러나 대부분 편의 시절과 숙소가 있는 마을, 즉 각 지점의 베이스 캠프가 존재하기에 대부분이 그 지점까지 걷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같은 날 출발해서 심지도 한 달후 도착지점까지 같이 걷는 순례자들도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것이 없기때문에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제는 인사만 했던 사람이 오늘은 같이 식사를 하게 되고 내일은 함께 걷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통하고 의지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아쉬운 사람을 항상 보내야 했던 우리의 인생처럼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각자의 이유, 걸음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에게 행운의 길이였다. 아니 이 길을 걸은 모두에게 행운의 길이였다. 우리 모두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수 밖에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순례의 여정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첫 모습에 나는 반했다. 이성적으로가 아닌사람 자체에 시선에 고정되어버렸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숙소 앞 돌바닥에 누운채로 갑자기 티셔츠를 가슴까지 걷어 올리고는 햇빛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뱉었다. 그 모습이 그 동안 내가 보지 못한 낯선 광경속에서 어떤 생생함을 주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 보았고 그녀는 마침 나와 같은 방의 침대를 사용하는 순례자였다.
사실 그녀의 행동은 조금 놀라웠다. 순례자의 숙소(알베르게)는 대부분 남녀 공용이지만 외국사람들 또한 그렇게 개방적으로 행동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냥 벽을 바라본 채로 상의 속옷을 갈아 입고 티셔츠를 갈아 입었다. 사실 남자의 경우 훌러덩 하긴 하지만 학습된 관습에 의해 사실 나는 놀랐었다. 함께 있던 한국인들은 순간 깜짝 놀랐지만 예의 없게 행동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쨋든 그녀의 첫모습의 그 이후의 행동은 내게 강렬하게 남게 되었다. 우리는 간단한 인사만 나누었고 다음날이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출발했고, 나는 그녀가 두고간 물건을 챙긴 후 출발했다. 10분 후 되돌아 오는 그녀와 나는 마주쳤고 나는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녀는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같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