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와 침대 옮기기

아빠는 못 하는 게 없다.

by sun

결혼 전엔 가구 위치 바꾸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 살림을 꾸리게 되니 가구를 혼자 바꾸고 싶어도 힘에 부쳐서 도움을 구하게 되고, 선뜻 나서주지 않으면 혼자 낑낑거리며 하던지 포기하던지 다음에 해달라고 약속을 받아내던지 셋 중 하나.

대부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편.

남편한테 부탁해서 바로 해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듬뿍하지만,

다 늦게 해 줄 때 "진작 해줬으면 좋잖아" 곱지 않은 소리가 나가게 된다.

오늘은 2박 3일 놀러 간 남편 없을 때 친정아버지 찬스로 바디프랜드 마사지기와 원목침대를 옮겼다.

유튜브에 바디프랜드를 손쉽게 옮기는 영상이 있길래 기계를 밀어줄 사람이 있으면 이불패드를 넣어서 당겨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지렛대 원리로 우레탄바퀴 2개와 사각 철로 된 막대에 구멍 뚫고 끼운 손수 만든 도구를 챙겨 와서 옮겨주셨다.


새로워진 분위기에 대만족.

아버지 연세는 올해 일흔.

최근 들어 침대가 삐걱거렸는데 상. 하판이 평상처럼 된 것이라 그 사이를 벌려서 이케아에서 산 싱크대 아래 선반에 까는 투명 엠보싱매트를 끼우고 잘라냈다.

침대 위를 좌로 구르고 우로 굴러도 소리가 안 난다.

어릴 때 내가 봐 온 우리 아빠 모습.

못 고치는 게 없는 맥가이버였다.


엄마랑 아빠랑 셋이 오리고깃집 가서 오리불고기에 밥까지 볶아서 먹고 계산은 아빠가... 맛있게 먹고 와서 추억 남기려 브런치에 글을 써본다.


딸,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아빠가 사줄까?

옷 있나?

용돈 있나?


사실, 염치가 있지. 나도 나이가 마흔이 넘는데..

매번 괜찮아요.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거절하다가...

근데 또 아빠가 아직 자식들한테 용돈도 줄 수 있는 기쁨이 돈 버는 즐거움이라 하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용돈도 받고 옷도 사 입고한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아빠 딸이니깐



*안마의자 관리 팁
햇볕 노출 하지 않으면 가죽을 오래 쓸 수 있어요. 저는 5년5개월째 사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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