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에 관한 고찰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말로는 나를 아껴야지, 나를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어떻게’를 모르니 해멜 수 밖에 없었다. 나 자신을 남보다 못하게 대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먹을 도시락은 정성스럽게 싸고, 내 저녁은 라면만 끓여먹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중 하나의 방법은 ‘밥을 잘 차려먹기’ 이다.”
나를 사랑하는 ‘어떻게’를 배워서, 그 날부터 나를 위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점심 도시락은 반찬으로 걸맞은 것으로, 저녁은 내가 먹고싶은 것으로!
하루는 가츠동을 해먹고, 다른 하루는 알리오 올리오를 해먹고, 다른 하루는 미역국을 끓여 먹는 등 오직 나만을 위한 밥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전보다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모든 부분이 밥때문에 그런거라고 말할 순 없지만, 어느 부분은 차지하는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을 대접하는 기분으로 맛있는 밥을 하니 예전만큼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겠고 요리에 대한 성취감도 크다. 현대사회는 성취감을 잘 못느끼는 사회라고 하지 않은가, 이렇게라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점심 도시락보다 내 저녁 식단이 화려해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레시피를 검색하고, 많은 재료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하려다 통장에 큰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