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언제나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주영 작가

by 케쓰

청각장애 예술가, 퍼포먼스 아트 작가, 인공와우와 예술작업, 소리를 그리는 미술


이 키워드들은 모두 박주영 작가의 작품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수록 조용한 이야기에 마음이 향한다. 박주영 작가의 작업은 그런 순간에 스며든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결핍은 오히려 세상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했다. 몸의 움직임, 해체된 단어, 조용한 선 하나가 그녀만의 언어가 되었다.



그 언어는 이제,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의 자리로 천천히 다가온다.





0.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퍼포먼스와 드로잉,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인공와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2024년 목소리파도 작품앞에서.jpg



1. 작가님이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특정한 계기가 있을까요?


사회와 내가 연결이 잘 안 될 때, 그 결핍이 작업을 하게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언니가 유화를 그려서 어깨너머로 그렸고, 중학교 때 진로를 고민할 계기가 있었는데, 특별활동 반으로 수예반에 갔어요. 장애로 일이 없을까 봐 바느질로 먹고살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미대생이 화구가방을 들고 가는 모습이 멋져서 2학년 때 미술반으로 바꿨어요. 그리고는 미술반 선생님 추천으로 예고에 진학했어요. 예고 갈 집안형편이 안되었음에도 부모님 덕분에 지원해 주셔서 갔어요.

대학교 때는 세상을 넓게 보는 여건과 기회가 없었어요. 배낭여행이나, 친구와 노는 등의 활동에 제약이 있었죠. 또한 제 에고 (ego)가 강해서 남들 다하는 소개팅도 안 갔어요, 굉장히 염세적이었죠. 방학 때마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대학교 졸업 후 취업 때문에 예술과 멀어졌고 그래픽계열 직장을 다녔어요. 퇴근하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는 느낌을 아직도 기억해요. 은연중 길에서 우연히 공연을 봤는데, 인터넷으로 찾아서 예술단체에 들어가서 6개월간 보고 경험하다 독립했어요. 지금까지 투잡 하며 아슬하게 예술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는 세상물정 모르고 석고상이나 그리다가 사회에 나와서는 앞가림부터 해야 했기에 작업하겠다는 포부보다는, 계속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2. 작가님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이 예술활동에 어떻게 반영되었다고 느끼시나요?


쉽게 얘기하면, 음악은 듣는 것, 미술은 보는 것이죠. 오랫동안 미술을 해왔지만, 제가 가진 요즘 관심사는 소리에 대한 것입니다. '소리를 즉, 목소리를 어떻게 시각화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용한 하늘이 제게 말을 거는 거 같아서, 소리 나는 풍경 그러니까 하늘에 떠있는 인물, 황소, 식물 등 구상화를 그렸는데 점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어떻게 구현하는가를 고민하다 보니 반추상화로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인터뷰 중에, 저는 인공와우를 통해 듣고 있는데 소음이 되게 지금 시끄럽고 거칠어요. 거친 소리는 갈색의 색상이 느껴진다, 이런 것처럼 소리에는 질감이 있고 또 형태가 있습니다. 그래서 높은 소리는 가는 선이고 낮은 톤은 두꺼운 선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남들은 뚜렷하게 들리는 소리를 저는 와우를 통해 거르고 왜곡되어서 들리는 소리와 단어를 해체하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단어의 자음 와 모음을 따로 쓰고 선을 그리니 제법 회화적으로 다가왔어요. 남들이 보이지 않는 감각을 구현함으로써 함께 공감되기를 반영한다고 긍정적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2017년 The smooth voice,  Acrylic goldpaper on canvas 72.7×53cm.JPG 2017년 The smooth voice



3. 작가님에게 대중과의 '소통'은 어떤 의미인가요? 필담, 문자, 자막 앱까지 - 그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2003년도에 어플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잖아요. 대학 때는 삐삐 시절이었어요. 그땐 소통을 종이에 필담을 했어요. 그 정도로 소통이 어려워서 “고백하세요"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했었습니다. 마이크 7개 가운데에 제가 눈 가리고 앉아있고, 마이크 앞에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제가 듣는 퍼포먼스예요. 하지만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손으로 계속 장미꽃을 끌어당겨서 꽃을 먹었어요. 왜 먹었냐면, 참여자의 말에 답해줘야 하는데 답변 대신에 관객의 말을 비밀인 셈 치고 침묵을 뜻하는 자연의 소재인 꽃을 먹었어요.

당시, 소통의 의미는 관계에 대한 균형이기를 바라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시대가 변하고 음성변환 어플이 생기면서 점차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이때부터 고백하세요 퍼포먼스는 잘 안 하게 됐어요.

시대와 예술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동안 저는 인간으로서 앞으로는 점점 노화되어 소멸되어 가겠죠.



2023년 mother's voice  Acrylic on canvas 455×379mm 2023.JPG 2023년 mother's voice


4. 다양한 매체들을 쓰고 있으신 것으로 보여요, 퍼포먼스, 드로잉, 입체까지 매체를 확장하셨는데, 처음 매체를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작품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매체에는 각자만의 고유의 특징이 있어서, 감각과 의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도 해요.

행위미술에서 나의 피부와 감정과 맞은 도구가 말을 걸어올 때, 간택된 사물은 시가 되어 작품이 되죠. 마이크와 헤드폰 음향장비 등은 소리와 소통에 대한 도구였고, 돌, 생닭과 바늘 핀, 그리고 아이스크림, 솜, 풍선, 레몬 핀 등은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도구들이었어요.

시각 작업에서는, 졸업 후 취업으로 인한 경력 단절 후 다시 작업을 시작할 때, 어떻게 매체를 다룰지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전통예술인 페인팅 외에 입체와 설치의 경우는 어떤 분은 외부업체를 이용했다고 하는데, 저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지부터가 고민이었어요.

특히 2017년 모터를 가지고 감각대로 잘 안되어서 혼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중단했고, 2023년에 모터를 움직이게 하는 개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미완성 상태로 개인전을 가졌어요. 24년도에 운 좋게 유쾌한이 기획한 <신기술 장애예술 창작실험실>에 선정되어 개발자를 매칭받아서 아두이노를 결합한 키네틱 모터작업을 선보였어요.

원하는 것은 혼자보다 누군가와 협력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매체 없이 몸으로 하는 언어인 현대무용에도 참여했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드라마나 영화배우로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5.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5년도에 일본 니파프 NIPAF (일본 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 초청받아서 어떤 작업을 할까 하다가 원 스티커를 가져갔어요. 작가들과 수다를 떨 때 제가 몰래 대화를 녹음했는데 퍼포먼스가 시작됐을 때 녹음을 틀고 관객한테 말했어요, '관객 한 명 한 명씩 와서 소리가 들리면 내 몸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내 몸에 알록달록 색깔의 스티커를 다 붙여지는 동안, 제 귀걸이용 구멍에 낚싯줄로 미리 파라핀으로 만든 귀 모형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어요. 천천히 귀모형을 바닥에 내놓고 낚시 줄을 잘라서 귀 모형이 바닥에 놓고 퇴장하는 작업이었어요. 사람들이 감명 깊었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2015년도에 같은 퍼포먼스를 한국에서 재연했고 2019년도에 마케도니아 레지던스에서 몸에 스티커를 붙이고 하는 로컬 퍼포먼스를 사진을 찍어 전시했어요. 현지 작가들 중 한 분이 그걸 보고 야요이 쿠사마 작가랑 비슷하다고 얘기했을 때, 일부러 모방하려는 거 아니었는데 당황했어요.

아무리 감각을 따라 매체를 선택해도 타작가의 작업을 많이 보고 객관적으로 내 작품을 평가받는 거도 중요하겠구나 생각했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 즉 타자와의 소통이나 네트워크를 많이 가져야겠다는 숙제로 남아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6. 작가님의 작품으로 대중들이 어떤 영향을 받기를 원하시나요?


아까도 말한 것처럼, 제 과거의 작품과 지금의 작업이 변화해서 다르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내가 왜 존재하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처럼, <나>라는 장르를 남들이 가진 또 다른 감각으로 발견해 내면서 즐겨주시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의 결핍에 의한 작업이 사회 속에 또 다른 작은 빛이 되어 같이 공감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느 분이든 외모로 보아 겉모습은 좋아 보이는데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고, 그래서 내 작품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영 작가의 작업은 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제대로 듣고 있는가. 서로를 향한 소리 없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말이라는 형태가 없어도, 마음이라는 감각은 여전히 서로를 향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그녀는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왔다.


그 언어는 반드시 소리여야 할 필요가 없다.


몸의 움직임으로, 낱말의 해체로, 감각적인 색과 선으로, 그리고 아주 느리게 쌓이는 관계로 그녀는 세상과 소통해 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더 근원적인 소통 방식일지도 모른다.


소외되었던 감각을 꺼내어 예술로 빚어낸다는 것, 결핍을 자양분 삼아 끝내 타인에게 닿으려는 태도는 박주영 작가만의 방식으로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우리에게 아주 작은 질문 하나를 남긴다.


"나는 지금,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박주영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청각장애 예술가, 소리를 그리는 작가, 그리고 퍼포먼스 아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조용한 물음이, 당신에게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keth와 인터뷰 하러 가기 > https://buly.kr/74WsB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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