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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Mar 31. 2019

6) 수면의 취향

잠, 동반자인가 웬수인가

 해가 중천이 되어서야 눈을 뜬다. ‘나는 쓰레기인가? 오늘 할 일도 많은데 늦잠이나 자다니..’ 다시 눈을 감고 반성한다. 가까스로 이불을 개서 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밤새 돌아간 보일러에 덥혀진 방바닥의 온기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저 바닥에 배를 깔고 눕고 싶다. ‘난 재활용되긴 글렀나?.. 다시 눕고 싶다니..’


 잠이 너무 좋다. 하지만 잠을 너무 많이 자는 내가 싫다. 잠에 푹 빠지면 만사가 귀찮다. 좋아하는 게임도 하기 싫다. 누구는 4시간만 잔다는데, 어디는 잠을 줄여가면서 큰 성공을 이뤘다는데, 잘 거 다자면서 성공을 꿈꾸는 나는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이런 나도 잠이 없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엮일 때가 그렇다. 민폐 끼치기를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 때문일까? 지인과 여행을 갈 때면 일정보다 앞서 일어나 준비했고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 속해있을 때는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켰다. 혼자서 일하는 지금은 자기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자고, 애써 일으킨 몸을 다시 이불에 내던지는날이 많다.


  수면의 질이 문제일까 취침 환경을 점검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코를 곤다던지 이를 가는 잠버릇은 거의 없다. 조금 예민할 때는 있다. 주기적인 기계 소리가 유난히 거슬려 잠을 설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 집 시계 전지를 다 빼버렸고, 소음이 적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그 뒤로 잠을 설치는 일은 잘 없다. 바닥은 적당히 푹신한 것이 좋아서 침대를 선호하지만 지금 사는 곳엔 자리가 마땅치 않아 토퍼를 깔고 접어가면서 쓴다. 베개는 낮은 것이 좋지만 옆으로 돌려 잘 때도 많아서 중앙이 파인 라텍스 베개를 구입했다. 정자세로 잘 땐 가운데서, 돌아 누을땐 가장자리 높은 부분에 머리를 고일 수 있어 편하다. 이 정도면 환경문제가 아니라 그냥 잠이 많은 걸로 결론 지을 수 있겠다.


 웹툰 작가 이말년의 <잠 은행>을 인상 깊게 봤다. 잠을 줄여가며 승진과 출세에 매진하던 주인공이 모자란 잠을 대출받아가면서 무리하게 일하다 결국 평생 자게 되는 내용이다. 내 주위를 둘러봐도 업무, 육아, 취미 등의 이유로 잠이 모자란 사람이 많다. 그 사이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자는 나는 게으르고 의지박약인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일과시간에 말똥말똥하다는 것. 졸음을 참으며 헤드뱅잉 했을 시간을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있다고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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