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공들여 쌓은 루틴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침 6시 기상을 유지하고, 아침 루틴에 따라 일상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 6시에는 자동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지난 1년 동안 아침 활동만큼은 매일 지켜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 동안 애써 만들어 놓은 아침 루틴이 2주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한 번에 무너져 버렸다.
비교적 한국과 가까운 동남아시아 3개국 출장이라 시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패턴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아무리 시차가 비슷해도 생활환경이 완전히 바뀌고 주로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생활 방식과는 완전 다른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더욱이 한 국가에서 업무를 마치고 다른 국가로 이동할 때 항공편이 모두 자정을 넘는 시간이어서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로감에 오전에 잠을 자고 오후에 일어나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2주간 출장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6시 기상은커녕 겨우 출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휴대폰 알람을 몇 개를 설정해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무너진 생활 패턴은 아침 기상 시간만이 아니었다. 아침 시간부터 시간이 꼬이자 하루 동안 계획했던 다른 일들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퇴근 후에는 줄곧 스마트폰만 잠이 들 때까지 들여다볼 뿐이었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는 6시 기상은 물론 책 원고 집필, 독서, 운동 등을 꾸준히 했었지만 출장을 다녀온 후 3개월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음 한편에는 해야 할 일들을 미뤄두고 있어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쉽사리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은 계속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책에서 발견한 한 문단에 마음이 움직이다.
시간계획을 세우고 하루를 보람 있게 보냈을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머릿속에 생각만 있을 뿐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들었다. 책마저도 놓은 지 오래되어 잘 읽히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그때 책의 한 구절에 내 마음이 다시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사람은 중요한 것을 꾸준히 실천한다. 그냥 실천하지 않고 한결같이 실천한다. 최고의 작가들은 하루를 거르지 않고 키보드에 앉는다. 최고의 지도자, 부모, 음악가, 의사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최고의 성과자에게 중요한 것은 성과 자체가 아니다. 꾸준한 실천이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中 -
그렇다. 작은 것 하나라도 매일 시간을 내어 꾸준히 실행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사이 나를 가슴 뛰게 했던 목표마저 이미 희미하게 사라져 버렸다. 나는 잠시 시간을 내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과 3개월 전 나를 가슴 뛰게 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현재의 나의 모습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목록들을 다시금 노트에 써 내려갔다. 목록을 어느 정도 정리하자 조금씩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3개월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책상머리에 앉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했다. 거실 소파에서 책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까지의 거리는 불과 두세 걸음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번 멀어진 마음의 거리는 좀처럼 좁히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지난 몇 달간 계획대로 생활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들어서이기도 했고, 이미 내 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적응해 버린 탓이기도 했다. 일단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과거의 패턴으로도 돌아가려고 무리하지는 않고, 책상에 앉아서 좀 전까지 하던 대로 스마트폰을 했다. 그렇지만 책상에는 읽을 책과 글을 쓰기 위한 노트북, 메모를 위한 수첩 등을 함께 올려놓았다.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당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몸을 소파에서 책상으로 옮기는 작은 행동을 하나 실천했을 뿐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행동이 불씨가 되어 다른 행동을 변화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갔고,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글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차 마음의 불씨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의 행동 패턴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만일 이 순간을 놓치면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행동 패턴을 바로잡기 위한 점검표를 다시 만들었다. 점검표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퇴근 후까지 나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 줄 몇 가지 핵심 리스트로 정리를 하였다. 그 행동들을 얼마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것을 이행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단순화시켰다. 마침내 나는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슬럼프 극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작은 움직임 하나로도 충분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패턴을 매일 유지하는 것이다. 즉 한결같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시작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번에 많이 하거나 오래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계획한 일을 매일 조금씩 지속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만일 오늘부터라도 좋은 습관 만들기를 하고자 한다면 아주 간단한 생활패턴을 만드는 거부터 시작해보자. 가령 아침에 일어나 독서와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매일 아침 독서 5분, 팔 굽혀 펴기 5회 만을 목표로 매일 지속해보자.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아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환경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똑같은 행동을 지속해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의 뇌는 게으름을 통해 느꼈던 편안함과 안락함을 기억하고 있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로 돌아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