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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Dec 26. 2017

개념과 전략의 대상 : 고객

Customer & Client에 대한 이해


우리는 보통 ‘고객’이라는 한 단어로 사용하지만, 영어는 고객을 ‘customer’, ‘client’라 구분한다. 온라인 사전인 ‘Oxford living Dictionaries’에서는

 ‘customer’“상점이나 회사로부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A person who buys goods or services from a shop or business)”으로,

‘client’“법률가 또는 다른 전문가나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조직(A person or organization using the services of a lawyer or other professional person or company)”로 정의한다. ‘customer’는 일반 소비자, ‘client’는 전문적인 일을 위탁하거나 조언을 받는 의뢰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손님이라는 뜻의 영어 ‘visitor’와 ‘guest’의 어감 차이랑 비슷하다.


디자인 회사나 수주기업 입장에서 보면 고객은 ‘client’에 가깝다. 마케팅 분야의 일인자로 알려진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1931~)’는 ‘client’와 일하는 전문기업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전문회사 직원은 고객(client)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둘째, 이들 회사의 직원은 고객(client)을 만족시키고 돕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셋째, 이들과 고객(client)과의 관계는 지속적이며 친근감과 공감대로 이어진다.

이런 특성을 가진 고객을 우리는 ‘단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조직이 고객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기업의 관리자는 대개 선택을 회피하는 습관에 젖어 안이하게 고객을 정의한다. 핵심고객보다는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고, 조직에 핵심가치를 불어 넣기보다는 바람직한 모든 행동을 나열한 지침 목록을 만든다. 그러면 직원은 선택의 위험을 피하려고 무턱대고 열심히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인 ‘로버트 사이먼스(Robert Simons)’가 이야기한 ‘하버드 대학의 고객은 누구인가?’ 사례를 살펴보자. (로버트 사이먼스, '전략을 보는 생각', 전략시티, 2015)

“몇 년 전 하버드대학교에서 나를 포함한 교수진은 무심코 한 발언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우리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학생들이 진짜 고객처럼 행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은 경험이 부족한 교수들에게 불만을 내뱉었고, 교재를 바꾸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교내에서 자원이 할당되는 방식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생기자 교수들은 하버드대학교의 핵심고객에 대한 정의를 다시 했다. 하버드대학교의 핵심고객을 ‘우리가 창출한 새로운 생각과 지식을 활용하는 다양한 학계 전문가’라고 수정했다. 이렇게 정의하자 학생들은 상호 작용하는 교육 과정의 참여자, 새로운 생각과 연구를 제안하고 실험하며 토론을 이끌어 가는 동반자로 변했다.” 


이처럼 어떤 고객이 우리의 핵심 고객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실제 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 경영상황에 따라 바뀌는 고객의 정의가 아니라 기업의 ‘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나온 ‘핵심고객 정의’가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똑같이 공유되어야 진정한 행동을 이끌 수 있다.     


코틀러가 이야기한 것처럼 단골고객에 대해 기업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고객이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찾아 제공하고 더 좋은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 단지 계약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제안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단골 고객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어렵게 만든 고객이지만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고객은 바로 떠난다. 디자인 회사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디자이너 때문에, 수주기업은 변화하는 시대 변화와 고객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계 위주의 영업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영업 담당 때문에 단골 고객은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디자인 기업이나 수주기업에서 언제든지 발생한다.



디자이너의 자기주장이 고객을 난처하게 만든 사례를 살펴보자. 많은 기업과 정부에서는 CI 작업의 하나로 심벌마크나 로고를 만들거나 바꾼다. 수개월에 걸쳐 조사하고 기획하여 ‘전략적 개념’을 도출한다. 그리고 디자인 회사에 로고 디자인을 의뢰한다. 디자인 회사는 사전에 도출된 전략적 개념을 이해하기보다 뭔가 심미적으로 눈을 끄는 ‘디자인 개념’에 빠져 의미도 없는 대안을 만들어 온다. 의뢰한 기업과 정부는 전략적 개념은 이미 잊어버리고, 디자인 자체에 현혹되어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된 디자인에 거꾸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해, 다시 말해 꿈을 억지로 해몽하여 로고라고 발표한다. 그러고 나서 자기 스스로 해석한 의미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한다. 이런 디자이너는 고객에게 한두 번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는 있겠지만 더는 없다. 


1차 고객을 화려한 디자인과 언변으로 현혹시킬 수는 있겠지만 2차 고객인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하다. 고객 비즈니스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를 디자인이 망쳐 버리는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로고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 ]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로고를 발표하자 영국 매체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가 독일 나치 문양을 현대화시킨 모양이라고 엄청 내몰았다. 심지어 이란 정부는 ‘2012’를 맵시 있게 디자인된 모양이 ‘Zion(시온 : 예루살렘을 다르게 칭하는 호칭으로 이스라엘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이라고 읽혀서 올림픽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직위원회 측은 80만 달러나 주고 만든 이 로고 때문에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디자인 개념이 아무리 훌륭하고, 홍보와 마케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전 세계 나라가 참여하는 올림픽 정신에 적합한 디자인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세계 평화’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민간기업도 ‘공정거래법’ 때문에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입찰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기존 거래하던 담당자와 끈끈한 관계라고, ‘형님, 동생’ 한다고 하면서 담당자가 제공한 단편적인 정보를 전체인양 이야기하는 영업 담당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안 담당자가 영업 담당자에게 정보가 의심스러우니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해도 그것이 정답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경험적으로 보면 편협한 정보를 가지고 제안을 하게 되면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직도 관계중심 영업이 수주에 영향을 미치지만 고객과 경쟁사의 변화된 환경을 읽지 못하면 점차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고객 기업의 의사결정이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쟁사의 영업활동과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수주기업의 고객은 애인이다. 항상 조심하고, 고민하고 사랑해야 한다. 상대방이 프러포즈를 받아 주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잡은 고기에게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은 결혼이나 수주영업에서 더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매일 매일 살펴봐야 한다. 굳이 ‘80 대 20 법칙’, ‘핵심고객 관리기법(Key Account Management)’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를, 내 회사를 더 크게 키워줄 존재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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