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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an 29. 2019

'단지'가 집에 왔다_미워할 수 없는 너

누가 너의 단잠을 깨우리


사실 애들이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난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고양이와 같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컸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고양이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무서운 눈과 날카로운 발톱', '길고양이들의 어슬렁거리는 모습' 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안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은 터라 집안에서 키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단지'가 집에 온 지 일주일,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런 내 걱정은 쓸데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우리 집에 가장 적합한 시기에 '단지'가 오긴 했다. 딸은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 아들은 의경(일주일에 한 번 외출 나온다.)으로 군 복무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 아내와 나,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금까진 직장, 육아 그리고 애들 교육이 우리의 주된 관심사였다. 애들이 품을 떠나도 되는 시간이 되니 집에 둘만 있으면 아내는 TV가 있는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서로 찾는다. 아내는 나가서 먹자고, 나는 집에서 먹자고 다투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일상에 '단지'가 집에 왔다. 안방, 거실을 오가며 엄마, 아빠에게 애교부린다. 엄마는 사료와 물을 준비하고, 아빠는 화장실을 치운다. 눈에 안 보이면 '단지'를 찾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냐아옹"하고 나타나면 서로 웃음 짓는다. '단지' 덕분에 이야기할 시간도, 웃을 일도 많아졌다. 가끔 사고도 치기도 하지만 이뻐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널' 미워할 수 없다. 


자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자기 졸린다고 옆에 와서 찡찡댄다. 그럼 담요 깔아주고 토닥토닥해주면 눈이 반쯤 감기다가 스르르 잠든다. 잠든 모습은 너무 이쁘다. 처음에는 동글게 몸을 말아서 자다가 숙면 상태가 되면 다리를 맘대로 뻗고 잔다. 마치 사람이 처음 잠들 때는 가만히 자다가, 숙면이 되면 이불 걷어차고 팔, 다리 맘대로 뻗고 자는 거랑 닮았다. '단지'가 잘 때 감은 눈을 쳐다 보는 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말썽을 안 피우는 시간이기도 하고...)

[ 토닥토닥 해주면 몸을 동글게 말고 잔다. 조금 있다가 극세사 담요 덮어 주어야 한다. ]
[ 반 숙면 상태가 되면 팔다리가 자기 맘대로다 ]
[ 누가 감히, 잠자는 '단지의 코털'을 건드릴 수 있을까? ]


이쁜 짓, 미운 짓

'단지'가 이쁜 짓을 할 때는 카메라에 담기가 쉽다. 하지만 미운 짓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집사의 목소리가 커지면 구석으로 도피(?)하기 때문에 카메라로 찍기 어렵다. 감시카메라 설치하기 전에는. 그래서 아쉽지만 이쁜 짓 모습만 우선 담아본다.

[ 자고 일어나 스담스담 해 달라는 '단지'. 누가 저 눈 빛을 외면할 수 있을까? ]
[ 가방속에 숨어 아빠랑 숨박꼭질 하자는 '단지' ]
[ 당당한 주인의 포스. 집사는 옆의 책 제목처럼 '고민'한다. 요놈을 어떻게 내려놓지? ]

고양이의 수명은 최대 20년이라고 한다. 사람 수명 평균이 80년이라고 가정하면 '단지'의 시간은 사람시간의  '4배속'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났으니 사람으로 치면 돌(12개월)이 지났다. 하긴 커가는 속도를 보면 이해가 되긴 한다. 내가 지금 50 중반이니 15년 정도 지나면 나랑 친구 하자고 할 수 있겠다. 그래 '단지'야, 우리 서로 건강하게 친구 하면서 보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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