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세상에 소중한 사람'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세상이 힘들고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나 스스로 희망을 가지려고 쓴 글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있어달라고 투정 부리는 마음이다.
세상에 소중한 사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둘 만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고민해주는 사람이
둘만 있었으면 좋겠다.
마누라 빼고,
애들 빼고,
그냥 둘.
그럼 여섯.
오늘 책 정리한다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다가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란 시를 읽었다. 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보다 더 소중한 '그 사람'을 위해 시를 썼다. 함석헌 선생님의 시를 한 자, 한 자 옮겨본다. 옮길수록 창피함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부족함'이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그 사람을 가졌는가' _ 너 자신을 혁명하라(함석헌 명상집) _ 김진 엮음 _ 출판사:오늘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