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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an 31. 2019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브런치에 '세상에 소중한 사람'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세상이 힘들고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나 스스로 희망을 가지려고 쓴 글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있어달라고 투정 부리는 마음이다.


세상에 소중한 사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둘 만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고민해주는 사람이

둘만 있었으면 좋겠다.


마누라 빼고,

애들 빼고,

그냥 둘.

그럼 여섯.



오늘 책 정리한다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다가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란 시를 읽었다. 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보다 더 소중한 '그 사람'을 위해 시를 썼다. 함석헌 선생님의 시를 한 자, 한 자 옮겨본다. 옮길수록 창피함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 '부족함'이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그 사람을 가졌는가' _ 너 자신을 혁명하라(함석헌 명상집) _ 김진 엮음 _ 출판사:오늘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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