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가족이야!
아기를 키운다는 말은 - 이건 사실 아기만 혼자 자라는 게 아니라 엄마도 같이 자란다는 의미에서 맞지 않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기의 사이클에 삶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젖을 찾아 우는 아이에게 분유를 물리고, 2시간 간격으로 낮잠을 재워야 하며, 깨어있을 땐 모빌을 틀어놓는 모험을 강행해야 한다. 처음엔 듣기 좋았던 자장가가 나중에 소음으로 느껴지고 훗날 귓가에 틀지도 않은 브람스 자장가가 어디선가 들려온다면 이건 완벽 적응인 거다.
조금 예민한 아이라면 늘 안고만 있어야 한다. 엄마 품에서 잘만 자다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눈을 번쩍 뜨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 다양한 장난감이 필요한데, ‘육아는 아이템 빨’이라는 말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100일 정도가 되면 뒤집기를 시도하는데, 최대한 늦게 시도하기를 권한다. 괜히 뒤집으려고 애쓰는 아기를 도와주지 마시라! 한번 뒤집기를 성공한 아기는 계속 뒤집기 때문이다. 이게 뭐가 문제겠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아기는 바로 되집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뒤집혀 끙끙대는 아기를 매번 다시 뒤집어 줘야 한다.
사실, 아기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한 일이다. 조금 과장하면 불과 몇 달 전 사진 속 아기는 ‘아기아기 한데’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아기는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벅찬 눈물이 흐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이제 7개월이 된 아기는 허리에 힘이 생겼는지 앉혀 놓으면 곧잘 앉아 있는다.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깔깔깔 웃기도 하고, 목욕할 때 탕 속에서 손을 첨벙 대기도 한다.
아기는 아기의 시간으로 커간다. 뒤집기가 늦는 아기도 있고, 이가 늦게 나는 아기도 있다. 언제나 문제는 나의 조바심이다.
‘늦어도 괜찮아! ‘기다려 주는 마음은 그 시간이 지나, 그 과업을 이룬 뒤에나 찾아오니 말이다.
아이가 커가며 부모를 닮아간다는 말이 맞을까. 유전적으로 하나도 닮은 게 없는 우리는 요즘 꽤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눈매가, 이마가.... 아빠 어릴 때랑 똑같다.’ 그저 인사치레 같은 말들이 듣기 좋은 걸 보면 나도 보통의 사람과 같나 보다.
아기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울고 보채고 웃으며 오늘도 폭풍 성장 중이다. 그런 아기의 시간 속에서 엄마의 삶도 한 뼘쯤 성숙해졌을까.
아기의 낮잠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인 엄마는 오늘도 쉬지 못하고 집안일을 하고 아기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아마, 아기가 좀 더 커서 말귀를 알아듣고, 가족 모두의 사이클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런 날들일 테지만, 나는 이 일상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