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가족이야!
아기가 200일이 되기 며칠 전, 입양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법원에서 종국 인용(허가)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전화로 들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인터넷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사건번호를 입력했다. [종국 결과: 인용]이었다.
법원에 접수한 지 딱 4개월 만이다. 그 사이 아기는 참 많이도 자랐다. 기쁨도 잠시, 2주의 유예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친생부모가 이의를 제기하면 종국 인용도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끝이 보이는 시간이라 견딜만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고, 동네 읍사무소에 가서 가장 먼저 전입신고를 했다. 그리고 발급한 등본엔 아직 우리가 불러주는 이름과 성이 아닌 친생부모가 붙여준 이름 그대로였고, 관계 역시 자녀가 아닌 동거인이었지만, 우리 이름 아래 아기가 들어와 있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이제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 구청에 친양자 신고를 마치고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작년 9월 입양기관에 서류를 제출하고, 10개월 만에 입양 절차가 마무리됐다. 긴 시간이었다. 이제 입양 전제 위탁이 끝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아기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입양 사실을 알렸고 많은 축하를 받았다.
우리 집에 온 순간부터 가족이었지만, 이젠 정말 가족으로 인정받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안고 덩실덩실 춤추고, 엄마가 얼마나 기쁜지 얘기해 주는 거로 입양 확정 세리머니를 마쳤다.
나중에 아기가 크면, 이 말 할 수 없는 기쁨을 말로 잘 표현해 주고 싶다. 그때 엄마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너를 품에 아주 꽉 안아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기의 성장은 순항 중이다. 책에 나온 그대로 그 월령에 해야 하는 발달단계를 하나하나 해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앞으로 기어야 하는 아기가 뒤로 기는 게 아닌가! 장난감을 앞에 놓으면 점점 장난감과 멀어져 가는 모습이 처음엔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그러다 점점 ‘우리 아이 다리에 문제가 있나?’ 하는 걱정에 이르게 됐다. 며칠을 두고 봤지만 아기는 여전히 뒤로만 긴다. 세워보면 다리에 힘은 넘쳐난다. 뒤로 기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그럼 어때? 맨날 앞으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앞으로 가다 뒤로도 가는데, 아기 역시 뒤로 기다 앞으로도 기겠지. 하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오니 편해졌다.
사람들에게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어렵지 않았다. 친구들과 후배들, 조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쿨한 선배, 이모였다. 근데 막상 내 아이가 내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니 당황스러웠다. 그 말이 바로 탁 나오진 않더라.
나의 아기는, 그만의 고유한 성향이 있을 텐데 내가 그걸 잘 발견해주고 존중해줄 수 있을까. ‘넌 왜 그래!’ 비난하고 잔소리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