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꿈꾸는 재경에게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너희 둘을 세상에 나타나도록 한 일이라고 말해.
재경이가 태어났을 때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네가 이유 없이 울면 나도 같이 울었어.
내 세상은 온통 너로 가득했단다.
밤새 우는 너를 붙잡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쩔쩔매며 울었어.
이제 독립할 때가 되어가는 너를 보면서,
잘 보내주고 싶은데 마치 엄마 처음 떨어지는 아이 같은 마음이 내게 있다는 걸 알았어.
아이도 엄마에게 독립해야 하지만, 엄마도 자녀에게서 독립해야 하더라.
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축하하면서도, 이제 엄마와 놀아주지 않는 너를 보며
서운하고, 야속한 마음이 올라오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 내색을 하지 말아야겠다 했지.
그런데 웬걸, 엄마의 그 감정은 분노와 짜증으로 포장되어 있었어.
재경과 윤서가 엄마에게서 멀리 떠나 살면(엄마는 너희에게 외국으로 가라 그랬지?)
나는 가끔 놀러 갈 거라고 했지만, 그거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실제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고, 매일 보고 싶을 거라는 것도 말이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엄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그 아이 같은 엄마 마음도 봤어.
"엄마는 꿈이 뭐야?" 라던 너에게
" 응, 노년에 너네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엄마로 사는 거!"
"와앙.. 나랑 똑같네. 나도 엄마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딸로 사는 건데!"
그렇게 우리 둘이 마주 보며 웃었지.
아빠를 보낼 때는 안 울었어, 보내고 나서 슬픔이 찾아온 거지.
근데 너는 보낼 생각만 하면 , 목이 메고 눈물부터 나.
독립이 이별이 아닌데 말이야.
민들레도 씨앗을 보낼 때는 키를 높이 올려 멀리멀리 씨앗을 보내.
소나무도 솔방울의 씨앗을 보낼 때면 바람 좋은 날 활짝 열어 아주 멀리 보내.
황조롱이는 30일 정도만 지나면 새끼들이 혼자 날고 살아가도록 뒤에서 몰래 지켜보기만 하지.
닭들도 그렇게 소중히 품었던 알들에게서 나온 그 병아리들이 자라고 나면 독립시키려고
냉정하고 모질게 대하더라.
그리고 멀리 떠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말이야.
자연의 이치가 그래.
부모 옆에 있는 것보다, 홀로 세상과 마주 보게 될 때 더 자라고 성숙해진다는 거 알지.
엄마가 매번 교육하는 일이 그거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그건 그냥 말로 하는 거였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지.
삶으로 다가오니 일치하지 않는 나의 태도에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힘들었어.
수업도 못하겠더라. 내 삶이 거짓 같아서.
너를 낳고 힘들어지거나 막막해질 때면 엄만 너에게 편지를 썼어.
네가 보는 편지가 아니라, 엄마로 서툰 나에게 보낸 편지였지.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을 거야.
이제 이 편지들도 아마 너에게 가 닿을 때쯤이면
엄마는 딸에게서 독립할 준비가 잘 되어 있을 엄마가 되어 있을 거야.
노후 준비는 돈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독립심이야.
재경과 윤서는 그 누구보다도 독립적으로 키워놓고,
엄마는 아니었어.
그래도 엄마는 또 준비해 갈 거야.
너와 윤서를 응원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노후독립을 준비하는 엄마를 응원하는 글이야.
엄마를 응원해 줘.
너희를 응원하는 이 엄마의 사랑이 더 굳건해지도록.
사랑해. 언제나
그리고 늘 응원해, 너의 길을 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