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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Aug 18. 2024

지금의 걱정은 내일로 미루자.

2022.02.04

 분당 서울대 MRI예약이 밤 8시였다.

그이가 갇힌 공간에 오래 있지 못해 차로 움직이는 것도 힘들기에

오후 두 시 반에 재경이와 함께 출발해서 여유 있게 움직이기로 했다.

차를 타는 것도 힘든데, MRI는 어떻게 하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MRI결과가 있어야 진료를 볼 수 있어서 그에게 신신부탁을 했다.

그이는 얼마나 잘하고 싶을 것인가? 평소에도 완벽하게 일을 마치고 싶어 하는 그이 성격인데.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고, 남에게 그런 모습을 일체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이인데 말이다.

요양병원에서 고주파 치료할 때 발작을 일으킨 뒤로는

갇혀있는 공간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는데, MRI는 더 좁은 공간에서 시끄러운 그 소리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여보, 할 수 있지? 나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 걱정 말고 다녀와!"

"응!"

돌 지난 아가를 병원에 혼자 들여보내는 기분이다. 

들어간 지 3분도 채 되지 않아서 촬영기사가 엄청 화를 내면서 나오셨다.

기계가 고장 날 뻔했다고. 안에서 너무 움직여서 큰 일 날뻔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나 미안해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보, 어떻게 하지? 찍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해볼게! 미안해!"


그이는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벨을 눌러서

두 번 더 도전했지만, 결국 찍을 수가 없었다. 우리 때문에 기계가 고장 났을까 봐 무서웠고,

뒤에 환자들 대기 중인데 더 미안했다.


화도 나고,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이 온갖 감정들이 나도 정리가 안된다.

게다가 몸은 지쳐있고, 울 힘도 없다. 울 수조차도 없다.

그이와 재경 앞에서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지난 월요일에 그이가 통증을 호소해서  대자인 병원 신경외과에 갔을 때 담당의사 선생님은

이건 통증도 아니고, 뇌암이 원발암인 경우는 다른 곳으로 전이가 없기 때문에 

호흡이나 소화에 아무 이상이 없어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하는 건 심리적 문제라고 답해 주셨다.

자기가 아파봤나? 환자의 아프다는 말을 진심으로 듣기는 하는 건가?

나도 항암의 통증만 경험했지, 자체의 통증은 경험한 적이 없으니 수가 없다.

게다가 말기 암의 통증은 엄마. 아빠. 아버님의 모습을 세 차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본 적이 있어 

지켜보는 고통의 경험은 나를 지금도 힘들게 하는 충분한 기억들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의사가 퉁명스럽게 "심리적 문제예요."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그의 말에  선생님께 부탁해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만 처방받아서 왔다.

MRI 찍을 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고 말이다.

찍기 전에 복용도  했건만,

오늘 혹시나 하고 올라갔건만,

역시나 촬영을 못했다.  


다음 주 월요일 다학제 진료인데 뭘로 진료를 보나?

그래도 올라는 가야겠지?

그래도 안전 운전해서 잘 오가서 다행이고,

차 안에서 그이가 잘 앉아 있어 줘서 다행이었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자동차를 타자마자 약효 발생한 듯하다

오가면서 재경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집에서는 요즘 5분도 자리에 앉아 있질 않는데 말이다.  


그저 오늘 하루 잘 보냄에 감사다.

모든 일에 다 때가 있고 주님의 계획이 있으실 거라 믿으니

편안하게 자보자. 

걱정은 내일부터 하련다. 당장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걱정할 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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