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시간이 오기를
2022.02
2월 8일은 친정 부모님 기일이었다.
2020년, 21년은 아파서 못 가고, 올해는 그이 간병하느라 참석을 못한 기일이었다.
엄마는 1988년 8월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2001년 1월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내 기억 속에 엄마의 마지막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제발 엄마를 빨리 데려가 주시기를 기도했었다.
이제 30년, 그리고 20년이 지나 부모님의 마지막이 좀 희미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이의 진통을 보니 몸으로 기억되는 고통이 있나 보다.
부모님 기일이지만, 부모님 생각은 잠깐이고, 그이의 통증을 좀 덜어달라고 기도 중이다.
그이의 진통제는 더 이상 없어서 이제 마음 비우고 병원에 가려고 짐을 다 싸 놓았다.
2월 9일
친정 엄마(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그 해에 재혼을 하셨다)가 나물을 열 가지 이상 만들어서 전주에 오셨는데 그이가 일어나서 말을 하고 기저귀도 다 떼고 소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정말 기적이라도 일어난 건지
그이가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 앉아 있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서 걷다니.
주말에는 시누이와 용인 시동생 내외가 왔는데
같이 둘러앉아 밥도 먹고 웃고 이야기도 했다
배도 고프고, 음식 냄새가 역겹지 않고 맛나게 느껴진다고 했다.
동생들도 이게 뭔 일인지 놀라고 감사하는 중이다.
가끔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울고 화를 내기는 하지만
이제 그이가 떠나는 건가? 싶었던 상황에
일어나서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엄마가 조용히 내 옆에서 그러신다.
"떠나기 전에 의식이 잠시 돌아와서 지낸다고 그러더라. 최서방에게 더 잘해줘."
위암에 걸리신 아빠는 8개월 만에 투병하시다가 가셨다.
엄마의 말이 가슴에 걸리기도 하지만 나는 믿고 싶지도 않다.
오늘은 자기 회사 복귀하는 날짜만 세면서 맘대로 잘 못 걷는다고 투덜대길래
며칠 전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마약진통제만 먹다가 지금 이렇게 일어나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자체가 기적인데. 욕심도 지나치다고 뭐라 했다.
많은 분들이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그 힘으로 이리돼 가고 있나 보다.
조심조심 걱정은 되지만 지난주 상황 생각하면 진짜 기적 같은 사나흘이다.
숨 쉬는 것
밥을 스스로 먹는 것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있는 것.
내 마음이 어떤지 말할 수 있는 것.
가족들과 마주 앉아 밥 먹는 것.
모든 것이 기적이고 감사임을 깨닫게 한 2주의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