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희정에게 보내는 응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희정아. 이 노래 알아? 가시나무라는 노래야,
시인과 촌장 노래였는데. 조성모 노래로 더 유명하기도 해.
좀 오래된 노래인데, 큰엄마가 30대일 때 이 노래를 처음 들으면서 눈물이 나더라.
그렇지.. 내 안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내가 어찌 이리도 많나 하던 때였으니까.
우리 희정이도 그러지 않을까?
불안함이 몰려올 때잖아.
어마어마한 멧돼지. 두려움의 크기가 엄청 커다란 멧돼지가 오고 있으니까.
수능말이야.
수능이란 멧돼지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어서 아마 도망가고 싶을 거야.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미칠 듯이 도망가고 싶을지도 몰라.
도망가다 보면 내 주변도 못 보고, 무서워서 막 화를 내게 돼.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를 내.
'왜 그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다 나도 나를 주체 못 해 불안에 압도되어 버리는 내 모습을 탓하며 자책을 해.
슬픔이 오지.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
그러다 또 맛난 거 먹고, 힘을 비축해 보고, 잠을 자면 괜찮아진 거 같은 느낌인데
또다시 불안이 와.. 계속 반복하는 거지.
큰엄마가 어떻게 이리 잘 아냐고?
큰엄마도 그런 세월을 지나왔으니까.
놀랍게도 수능의 멧돼지가 지나간다해도
또 다른 공포의 멧돼지들이 계속 나에게 와.
앞날에 대한 두려움들이 주로 그래.
가끔은 과거의 회한이나 수치스러운 기억들도 소환되기도 해.
그 멧돼지들을 없애는 방법은 뭘까?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 보고
“와라. 이것들아!”
소리치며 내 불안과 두려움을 보는 거지.
이 방법이 최고더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어떨 땐 빨리 끝나버렸으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모순들.
사람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불안을 가진다는 건 평온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두려움이란다.
평온하고 싶고, 안전하고 싶고, 많이 웃고 싶고, 기뻐하고 싶을수록
그걸 갖지 못할까 봐 찾아오는 두려움의 크기도 비례하거든.
뭐 답은 없단다.
아.. 내가 그렇구나. 알아차리는 게 제일 답이야.
내가 지금 어디 서 있지?
멧돼지는 어디만큼 있지?
내가 무엇을 원하길래 이 멧돼지들을 겁내하지?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일이 뭐지?
이런 것들을 나에게 물어보면서 매일매일 할 일 해나가는 게 삶이니까.
희정아.
희정이가 생각하는 것들이 희정이 삶에서 답이야.
가장 옳은 생각. 가장 좋은 생각.
그건 모두 희정의 안에서 나오지 바깥에서 오지 않는단다.
희정이의 지난 시간들이 쌓여서 오늘이 되었으니
오늘부터의 시간이 또 희정의 삶이 될 거야.
수능까지 우리 또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희정이의 삶은 언제나 희정이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믿고 말이야.
희정의 길을 찾기 위해 그동안 애쓴 만큼 희정이가 그 길에서 누리기도 바라.
오늘을, 순간을, 찰나를 느끼고 감사하렴.
마라탕이 너무 맛날 때
많이 먹었는데, 몸무게가 늘지 않았을 때
잘 자고 일어났을 때.
뜻밖에 재미난 영상 볼 때.
피아노를 칠 때.
친구랑 웃고 있을 때.
너무나 예쁜 가을 하늘을 내 눈으로 담을 때
그 모든 순간이 행복이란다.
희정이가 건강하고 많이 웃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임을 큰엄마는 감사하고 있어.
고마워 희정아. 잘 지내줘서
2024년 수능을 앞둔 희정이를 사랑하는 큰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