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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Mar 16. 2024

운명에 대해 불평해 봤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명에 대해 불평해 봤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일은 아무 이유도 까닭도 없이 일어나며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그런 운명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연기나 바람을 나무라는 것이요.

매일매일 슬픔에 잠겨 지내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짊어지고 계속 나아가는 것 말고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2019.05.10

내가 잘 못하는 일 중 하나는 기다리는 일이다.

특히나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일은 조급함과 함께 초조한 마음이 올라와서 오히려 일을 망칠 때도 많다.

컵라면 익기를 기다리지 못해 생라면에 가까운 면을 건져먹거나.

엘리베이터 기다리지 못해 이쪽저쪽 옮겨 다니다 오히려 늦거나.

내가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일은 더더 힘들다.

 어제 여섯 시 반부터 수술 준비에 들어가 8시부터 시작된 그이의 뇌종양 수술은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회복실로 옮겨졌고 다섯 시쯤 되었을 때에서야 중환자실로 들어가

5분가량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울지 않고 잘 견디고 있었는데 그이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와서 멈추질 않았다.

 " 환자 분의 뇌종양 부분이 왼쪽 뇌 부분인데 언어와 운동 신경 쪽입니다. 신체 다른 부분처럼

종양을 다 제거할 수 없는 게, 만약 다 제거하면 일상생활 유지를 할 수가 없습니다."

" 선생님, 저는 오래 삶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더 중요해요."

남편의 입원을 위해 전주 병원에서 CD 와 서류들을 들고 서울 성모병원으로 왔을 때 의사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였다.

 언어와 운동신경 쪽 뇌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의사의 말에 걱정이 되고 무섭고 두려움이 있었기에, 의식 찾고 나를 보면서 웃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안도가 되어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

 수술 도중에 마취한 그를 깨워서 뇌의 상태를 봐가며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사실은 어제 수십 번을 마취 중 지시질문에 답하는 훈련을 했건만,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위험해서 할 수 없이 그냥 수술한다는 의사 말에  두려움과 걱정이 내 마음을 온통 짓누르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고마워 여보야. 아팠지? 엄청 아팠지?"

"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난 그저 고마워만 연신 말하고, 그이는 내내 미안하다고만 하고.

언제나 절약하고, “나중에”라는 말을 잘하는 그이가 나를 보며 제일 먼저 건넨 말은

“우리 많이 놀러 다니자”였다.

우리 놀러갈까? 물어보면

"나중에" 라는 말이 먼저이던 그는 중환자실에 누워 나를 보자마자 놀러가자고 그런다.


병원에서 나오면 여보야. 우리 진짜 많이 놀러 다니자.

꽃도 보고, 노을도 감상하고, 바다 내음도 맡고.

당신 카메라 안에  많이 담자~

얼른 나아서 말해줘.

“여보~놀러 가자.”

난 기다리는 거 잘 못하니까.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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