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상살이

버려진 우산이 주는 선물

세상살이 - 102

by 바보


날씨가 꿉꿉하지만 비가오면 모든게 씻겨 내려 가니까 어쩜 모두들 조금은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어쩜 짜증스러울수도 있고 말입니다

제가 일하는 오피스텔 사무실까지 걸어서 도착하면 딱 십칠분이 걸리고 차로 이동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지요

세상 사는 일이 참 웃기는 짜장면 같읍니다


그래도 예전에 한 일년 이상을 아파 병원과 집안의 침대에서 지내며 바깥 세상 냄새를 맡아보지 못했을때 경험으로 차나 사람이나 움직이지 않으면 차나 사람이나 똑같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고있기에 월수금은 차량으로 이동하고 화목요일은 걸어서 출근을 하게 됐었지요

근데 그게 그렇더라고요

제가 타던 차가 15년이 넘었고 40만 키로를 훌쩍 넘긴 차였지만 검사소 직원이 탐낼정도로 모든 부품이나 엔진의 성능이 최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한 육개월을 주차장에 정성스레 모셔 놓았다가 제 안해와 자식들이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말이죠

이게 무슨 귀신이 홀린것처럼 여기 저기 새고 고장나고 그러는 겁니다

또 제 목숨을 몇차례나 구해준 차라 제가 운전을 다시 할때까지 정성스레 고치고 부품갈고 하면서 견뎠지만 결국은 일년을 못 버티고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차를 했었읍니다

마지막 검사날에 검사소 직원이 그러더라고요

차를 운행하지 않으려면 자기한테 팔지 그랳냐고요

차도 사람과 똑같아서 움직이지 않으면 벌써 엔진부터 맛이 간다고 말입니다

사람하고 똑같이 연식이 오랠수록 더 거기에 맞게 움직여 주지 않으면 몸이 생각과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것처럼 차가 엔진을 견뎌주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때 알았읍니다

철학이 별거 아니라고요

검사소 직원의 철학적 한마디에 한수 배운거지요

....


갑자기 아프셔서 투병중인 분들 생각이 떠올라서 아침부터 이야기가 길을 잘못 들어서서 사족도 엉뚱 방자한 사족이 되고 말았읍니다

그렇지만 몸도 머리속 생각도 마음도 오늘같이 비가오는 날이라 귀찮고 불편해도 무엇인가를 찿으며 움직여야 할것 같읍니다

그게 맞는것 같읍니다




무튼

출근해서 거의 매일 아침이면 만나는 아이들도 늦게 출근하면서도 피곤에 절은 청춘들도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오늘같이 날씨는 흐리지 빗방울은 떨어지지 그렇다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면 할수록 다들 한결같이 집밖의 흐린 하늘에 토끼 눈 되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보고는 원망스런 도끼 눈 만들며 다시 들어가던가 아니면 때아닌 슈퍼맨이 탄생합니다

죽어라고 뛰기 시작하면 발걸음 빠르지만 손에는 정작 필요한 우산이 없는거지요

커피 한잔 들고 서서 바라보는 출근길 표정이 저를 웃게 만들어주는 선물들입니다


이쁘고 귀엽지만 함부로 말걸지 말라는 세상 풍경과 세태에 가까이 갈수는 없어도 자주보는 꼬마들은 어떨때는 거짓이 없는 인사를 먼저 해줍니다

꾸벅

'아이고 고마워요! 꼬마 도련님! 재밌게 지내요!'

하는둥 마는둥 인사하는 엄마는 사실 꼴보기 싫지만 뭐 ... 지 인생 지 맘대로 사는거니까요

그것과는 별개로 제게는 꼬마 도련님들과 공주님들의 꾸벅이 제가 받는 첫번째 선물입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이면 특히 이쁘고 귀여운 비옷 입은 꼬마들이나 우산든 꼬마들의 잠들 깬 꾸벅이 더 좋고 행복하지만 엄마 때문에도 거리를 두고 우어 주며 같이 인사만 해주고 말지만요

이해할 수 없고 조금 더 지나면 꾸벅도 않겠지만 그래도 다는 아닐겁니다

저도 같이 꾸벅하는 엄마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우산든 도련님과 엄마의 꾸벅이 행복합니다

나도 꾸벅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구석에는 우산이 제법 많이 모여 날씨가 화창한 날이나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서로 키재기 시합을 하고 있읍니다

사실 일하거나 살때에는 거치장 스러워 크게 쓸일이 없어 창고로 옮겨 놓은 것까지 하면 정말 무슨 우산 장사하는 집 같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한 사개월 여기서 근무하다보니 버려지고 잃어버리고 그냥 놓고 간것중 쓰고 버릴것과 당분간은 요긴하게 쓸것으로 나누어 놓은것만 그렇읍니다


근데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한번 쓰고 버릴 우산들은 아무나 쓰다가 버리라고 입구에 모아 놓고 보면 비가 아무리 억수같이 쏟아져도 그 어느 누구하나 쓰려고 하지를 않는 사실을 보게 되었읍니다

처음에 순진한건지 미련한건지 몰라도 저는 쓰다가 버리기가 뭐해서 그러나 했지요

그런데 미화원 자매가 그러더라고요

보기가 좀 그런 우산들은 아무리 멀정해도 주고도 욕 먹는다고 그냥 좋은 마음이면 치우는게 좋겠다고 말입니다

갑자기 예전에 할머니가 한말이 생각 나더라고요

동냥질도 입은 거지가 얻어 먹는다는 말 말입니다

우산도 그렇구나 했읍니다

저 같으면 고맙게 쓸텐데 비 오는데 우산 없어서 비를 쫄딱 맞아 속옷까지 젖으면서도 불편하면서도 짜증이 나면서도 그런 모양입니다

아마 요즘은 비 맞은 거지가 더 얻어 먹는 모양입니다


무튼

그래서 한번 쓰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우산들은 전부 창고로 보내져 비오는 날에도 비 안맞는 창고에서 언제 쓰여질지 모르지만 잘 지내고 있읍니다

근데 말입니다

꾸벅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 우산좀 있으면 빌려 주세요! 제가 잘 쓰고 고히 같다 드릴께요!

요즘은 왜 우산 안빌려 주세요?'

계면쩍어 하면서도 넙죽 인사하고 웃으며 따지듯 우산 하나 빌려 달라는 변죽 좋은 청춘들이 있읍니다

두번째 선물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변죽 좋은 청춘은 남자만 그런게 아닌가 보더라고요(좋게 보이고 밉지 않단 말입니다)

제가 먼저 우산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어떨때는 밍기적 밍기적 사무실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청춘들이(특히 표정없는 우리 딸 같은 직장인) 그렇읍니다

처음에만 어렵지 지나면 여식같은 친구들이 더 변죽이 좋고 더 솔직하다는 말이지요

이쁘고 듬직한 두번째 선물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청춘들의 마음처럼 조금 더 깨끗하고 오래 쓸수있는 우산들이 빌려지기를 제 사무실에서 오늘같이 비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비오는날 비 맞는 우산이 되려고 말입니다

꾸벅


그런데 말입니다

참 신기한 선물도 한가지가 있읍니다

청춘들의 특징인 활기참은 정말 보기좋고 너무 힘나는 모습들인데 그속에 숨겨진 솔직한 모습이 제겐 그렇읍니다

사람 다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 다르지만 지금 당장은 누가 옳고 그르게 살고 있는지는 미아리 점집 무당들도 모를것 같읍니다

그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기회를 선물 받은겁니다

버려진 우산에게서 말이지요

요즘같이 찾아오는 이들에게만 우산을 우산을 빌려주지만 우산을 받으면 누구나 고맙다고 쓰고 잘 가져다 주겠다고 그럽니다

(대부분이 청춘들이라 저도 그 변죽이 좋거든요)


그런데 돌아오는 우산은 반을 조금 넘는다면 많이 이상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딱 맞는것 같읍니다

왜냐하면 잃어버리는 숫자가 서너개는 되거든요

여기에 제 선물이 있읍니다

어떤이는 시뻘건 얼굴로 무슨 큰일난것처럼 큰 목소리로 우산잃어 버렸다고 죄송하다고 하며 새걸로 사준다고 너스레 떠는 변죽 섞인 솔직함 말입니다

청춘들의 조금은 어렵겠지만 솔직한 모습이 보기도 좋고 어차피 버려진 우산인데 같이 버려진(?) 소통보다는 훨씬 얼굴보기가 편할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잃어버린 우산 때문에 절 보고도 모르는 척 하는 청춘들에게서도 저는 또 선물을 받아봅니다

왜 힘들게 적은 일에 솔직하지 못할까?

아무리 작고 책임질 일 아니더라도 모른척 했을까?

나도 그럴까? 하고 말입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입니다

우산 들고 흔들며 출근하는 청춘들의 뒷모습에서도 비오는 오늘도 어김없이 못본척 그냥 지나쳐 뛰어가는 청춘의 빈손의 슈퍼맨의 뒷모습에서도 버려진 우산들의 선물을 받아봅니다

(어른처럼 편하게 먼저 말해줘야 할것도 같은데 저는 아직까지 덜 된 어른 같읍니다)



2023-4-25 비오는 사무실 우산장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