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구석이 가려워 내가 긁을 수가 없다
선생님 아니세요
어느새 새치가 물들은 중년의 부인이 묻는다
잔주름 깊어가는 얼굴에서 잔잔한 지성이 흐른다
하지만 동그란 안경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그래도 너무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다
금잔화 한 가득 하늘 아래 만난 인연이 아련한데
어슴프레 알 것도 같은 모습도 있다
새까만 얼굴에 단발머리 흰 컬라가 순수했다
새까만 총기어린 눈은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맞는 것 같다
세상 참 좁다
완전 드라마 한 장면인데 아니어야 할 것 같다
깔끔한 차림새 만큼이나 말도 곱다
말 그대로 설상화로 피워 불혹을 넘겼나보다
그치만 난 몰라야 할 것 같다
잘 못 보신 것 같습니다
돌리는 발걸음이 아쉽고 아리지만 좋다
당당하지만 초라해 보일지 모르는 삶의 흉터가
너무 확연하게 보일지 모르니까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롬이 영어 선생님 맞는데
웃는 모습에 목소리가 그대로인데
맞잖아요 선생님
왜 그러세요
예전에는 말도 못하고 딸국질만 하던 소녀였는데
허허 참 제가 너무 얼굴이 흔해 보이는가 봅니다
고개 갸우뚱 돌아서는 그 모습 애잔하고
쓸데없는 눈썰미만 좋아 반가운 마음 가득 하지만
아직 당당하고 창피할 것 없지만
마음 한구석이 가려워 내가 긁을 수가 없다
옛 추억이 새롭다
만난 타이밍이 예술이고
그렇게 만났고 또 헤어져야 하지만
흰 칼라 같은 설상화 마음에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
세월이 묻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놈 성격이면 금방 소문 나겠지
그러면 금방 여기는 예전처럼 금잔화 꽃 밭 이겠지
아니 설상화 꽃밭이 되어 버리겠지
그래도 아직 나는 당당하고 멋진 아빠인 것 처럼
지금도 누구에게는 멋지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해서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없지만 당당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그냥 내 멋에 살아야겠다
설사 틀렸다 할지라도 내 멋에 살아야겠다
세상 부끄럽지않게 못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내 멋에 산다
2017-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