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그리움 깨우는 향수처럼
겨울인가봅니다
지난 가을 국화꽃이 말라도 향기는 남았었는데 이제는 너무 안쓰럽게도 땅속의 뿌리만 얼지않고 살아남아 내년가을에 보기를 기대해야 하니까요
흰눈이 왔습니다
12월의 첫날 눈이 선물처럼왔네요
그리움도 아쉬움도 묻어두어야 하는 계절
역시 겨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려봅니다
아니라해도
흰눈이 앞마당에 나들이 오셨답니다
지난 여름내내 징그럽게 속 썩이던 잔솔가지
내 가슴 바짝 말라버린 그리움같이
타닥타닥
멀건 속 때우며 하얀연기를 만들고 있답니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등나무 정자 아래
장작 난로 위 고구마 익는 냄새 한가득이지만
이젠 내거야하고는
시샘하듯 손님같이 왔다가는 횡하니 가셨답니다
흰눈은 그리움같이 오셨다 가버렸답니다
선물처럼 왔다가는 흰눈사이로 문득 문득 보였다가 연기처럼 녹아 사라지는 그리움에는
허름한 벽돌 마른가지 가득한 온누리 비춰주는 맑고 밝은 이쁜 별하나 있답니다
외로움마저 축복으로 만드는 마법의 별이 있답니다
아지랑이 꽃 피어나는 열기 무색하게
한겹 홑이불에 떨어진 담뱃재 구멍같은 벽돌사이 뺨을 문지르는 황소바람 파고들어
마법의 별은 자리 못잡아 아직은 힘이든답니다
아쉬움 남아 아직은 힘이든답니다
아니라해도
난로속 등나무 잔솔가지 노란불꽃 아직 건방지고
도도한듯 노란 얼굴을 치세우지만
흰눈 오신걸 보고야 이젠 겨울인가 한답니다
황소바람같은 그리움 깨우는 향수처럼
아! 축복같은 선물의 계절 맞다 한답니다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