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산 바라보는 바보가되지
핑계김에 뭐 한다고 앞마당에서 장작난로 꺼내놓고 잔솔가지 태우는 중에 피어오르는 불꽃이 마치 반디불이 같아서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반디불이를 봅니다
그리움도 태워봅니다
동장군이 몰아치는 다 늦은 저녁에는
앞마당 한구석 춥다고 몰려있는 그리움이 보이지
낙엽은 아스팔트에 뒹굴어도 낙엽이지만
그리움은 다르지
겨울 바람 불면 하늘을 날아
자유로운 영혼처럼 잡을수가 없지
크기 다른 빨강 잎새도 노란 잎새도 긁어모아
낙엽을 태우면 가는 연기 옷깃에 배어
나무 냄새 그윽하고 향수에 젖지만
그리움은 다르지
크든 작든 흑백사진 같은 무채색 그리움 모아
가슴속에 태우면 눈물이 나
할 말 잃고 먼산 바라보는 바보가되지
밤하늘 반디불이같이 피었다 지는 그리움 태우면
향기는 없고 가슴아린 눈물만 있지
겨울밤엔
그리움 태우는 바보만 있지
2017-12-16 앞마당 낙엽을태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