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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한 조각, 소묘로 그리다 #2
늙은 아들과 엄마가 있는 그림을 그리다
by
바보
Apr 24. 2016
남자와 여자가 한 공간에 있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활기 찰까요? 덜 수즙어 할까요?
남자라고요.... 아닙니다
제가 지켜보니까 절대 아닙니다
여자가 더 나댑니다(?) 확실 합니다
병실의 오전 오늘의 소묘 한 조각 입니다
그림 하나
병원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이면 간호사 샘들이 병실에 들어와 불을 켜면서 시작 됩니다
첨에는 저것(?)들이 미쳤나 했습니다
아픈데다 겨우 잠 들었는데 새벽부터 불 부터 키고 난리니 샘이고 뭐고 짜증이 확 났으니까요...
근데 이것도 시간이 가니까 그냥 무덤덤 해지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돌아 누으면 되니까요
좌우간 병실의 아침은 이렇게 엽니다
그림 둘
다음 손님은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들어오셔서
휴지통부터 비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하시지만 달그락소리가 마치
예전 어릴적 시골집 천장 에서 밤새 돌아다니던 서생원님들 소리랑 닮았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아줌마가 소리없이(?) 다녀가시면 부지런한 환자들은 일어나 화장실 가시는 소리가 납니다 아니 그 보다 먼저 복도에서 벌써 아줌만지 할머닌지 모르지만 벌써 부녀회가 소집 됩니다
머리 감으셔야 겠느니, 먼저 화장실 쓰시라느니,
오늘 날씨가 어떨거 같느니, 누가 새로 왔는데 몇살이고 어디가 아픈데 ... 어쩌구
좌우간 1차 수다 소리에 잠을 깨게 됩니다
좌우간 깨게 되 있습니다 완전 알람 입니다
참고로 내가 있는 쪽 복도에는 여자 병실 3개와 남자 병실 1개, 남자.장애인 공용 화장실 1개와
여자 화장실 1개, 그리고 탕비실이 있는데 복도 끝에 남자 병실과 탕비실, 화장실이 있어서 병실
문 앞이 만남의 광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림 셋
다음 손님은 밥차 아주머니들 이십니다
어디 출근 하는것도 아닌데 아침 7시에 병원 밥을
가져 옵니다 세상에서 제일 멋 없는 밥을요...
병원에서 제일 표정없고 지루한 시간 입니다
밥도 밥차도 밥차 아줌마도 지루합니다
먼저번에 그린 것 처럼 사랑 한 숫갈이 필요 합니다
그림 넷
이북 사투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간병인 아줌마 차례 입니다 신기하게도 어딜가도 간병인은 조선족 동포 아줌마들이 싹쓸이 했나 봅니다
전부 조선족 아줌마들 입니다
우선 환자들 세면부터 청소며 옷 갈아 입히기까지
2차 부녀회담이 진행 됩니다
남자화장실과 장애인이 공용으로 쓰지만 이시간은 완전히 여자 화장실이 됩니다
내가 창피해 이시간은 피합니다
이때는 80먹은 할머니도 수즙은 18살이 되시나 봅니다 비록 머리는 눌려서 납작하고 이상하지만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세수하시고 로션 바르고 나서 간병인의 이쁘다는 한마디에, 젊어지셨다는 한 마디에 수즙게 웃으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때 할머니는 아마 18살 소녀 모습일 것 같습니다
좌우간 2차 수다가 알람처럼 지나갑니다
그림 다섯
오늘 마지막으로 제일 그리고 싶은 그림입니다
운동삼아 복도를 오가는 할머니들을 보게 됩니다
오전중 제일 한가한 물리 치료 시간 전에 휠체어에 의존해 복도로 나가보면 운동하시는 두분의 어르신을 거의 만나게 됩니다
한 분은 팔이 골절되셨고 연세는 78세라 하십니다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몰라도 아주 조그만하신데
왜그리 환자복이 크신지 크게 접은 바지가 안스럽습니다 그래도 항상 짧게 깍은 머리를 단정히 빗으신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 엄마를 닮았습니다
듬성 듬성 보이는 검 버섯조차 조용해 보이십니다
어른은 자기보다는 아들뻘인 내가 휠체어를 타고
오가는게 더 안스런 모양입니다
부모 맘 이겠죠....
저도 저 어르신처럼
곱게 늙어 가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또 한 분의 그림은 모자분 입니다
첨에는 부부인줄 알았습니다 그 만큼 휠체어를 미는 모습이 애틋해 보였습니다. 제 눈에는...
아들이 70 전.후라하니 어르신은 90이 훨씬 더 넘으셨겠지요
좌우간 나이를 얘기하자는게 아니고요
암만 아들이고 나이가 70이 넘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지만 체력도 그렇고 여자들 틈에서 쉽지는 않을 것인데 수발을 다 하고 있는 겁니다
씼겨드리고 안아서 화장실 모시고 다니고 등등 혼자서 말 입니다....
그냥 그림입니다
휠체어를 미는 백발의 아들과 머리조차 다 빠져가는 손 바닥 만해진 노모가 있는 그림입니다
어떨때는 백마디 말보다 한 폭의 그림이 더 우리 가슴에 와 닫고 수 많은 말을 한다고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 한 폭의 그림이 가슴 뭉클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렸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이 세상 어디에든 시린 가슴을 메워 줄 그림들이 있는 것 같은 일요일 오후 입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로 무료함을 달래며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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