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처럼 소리치면 된답니다
나성이 어딘지 아시는 분?
연식이 좀 되신분들은 다 아실거고 요즘 청춘들은 아마도 국내 어디 성곽쯤 되나 하실지 모릅니다
근데 말입니다
나성은 국내 성곽이 아니라 의외의 지명입니다
우리나라 허풍이 좀 세거나 아님 조금은 거시기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녀왔다고 허세 부리는 장소 이기도 했지요
한번 찾아보세요 ㅋㅋㅋ
무튼
열여덟 새파란 청춘에 만나서 서로 으르릉 거리고 문학의 밤 한다고 밤늦게 까지 이야기하고 서로 싸우던 진짜 여자 사람 친구가 강산이 몇번 변하고 만나서는 꼴랑 몇번 못보고 간다네요
강압적이라 그렇게 쓰기 싫어도 어쩔수 없이 쓰던 손편지는 물리적 시간과 거리를 이기지 못하고 이제는 이메일로 대치 되었지만 오랜만에 손편지를 써봅니다(제 친구놈은 아직도 어색해하는데 여자 사람 친구가 머리에 흰 서리가 앉아서 그런지 이번에는 친구들 얼굴을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 가네요 ㅎㅎㅎ)
길어졌습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써보세요
까까머리 단발머리 추억이 아니라도
닐케 카프카가 이미 아니라도
흰 머리 만큼이나 많은 사는 이야기도 좋답니다
하고 싶은 얘기 말 못할 이야기라도 좋답니다
그냥
손편지를 적어 하늘에 부치시면 된답니다
나성에 가면 그리움을 그려보세요
미운정 고은정 다든 사랑은 아니라도
우정이든 못 이룬 꿈이 아니라도
집 앞에 무심히 핀 풀잎 이야기라도 좋답니다
지지고 볶던 아이들 빈자리 이야기라도 좋답니다
그냥
입김 호호불고 맘 가는대로 그려 부치면 된답니다
나성에 가면 힘들땐 노래를 불러보세요
행복 비타민이나 향수는 아니어도
아직 풋냄새나는 이팔 청춘은 아니어도
언제나 곁에서 가만히 서있는 친구들이 올겁니다
아그리파 닮은 친구들의 메아리라도 올겁니다
그냥
그때처럼 소리치면 된답니다
나성에 가면
누군가 그리울땐 언제나 하고 싶은 속 얘기
줄리앙 닮은 신랑과는 다른 마음만 줄리앙인
예나 지금이나 우정으로 치고받은 개궂이
흰 머리 소년들에게
바보처럼 울지말고 편지를 써 보내면 된답니다
그럼 된답니다
2016-10-25 기계실
* 고 길옥윤님의 '나성에가면'의 노랫말 일부를 빌려 왔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