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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나 집에가고 싶다
아버지의 선물
by
바보
Aug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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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참 많이도 싸웁니다
아무리 좋은 여행을해도, 눈물 나도록 좋은 일이 생길때도, 세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때도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눈만 뜨면 싸우는데도 재밋는것은 아직도 우리들 눈에는 콩깍지가 씌워져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싸우면서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서로를 못잡아 먹고 으르렁대고 있는거지요
정말 신기한 우리집입니다
아마 이유는 우리나라 욕들이 무조건 찌르고 찢고 쑤셔야 성이 풀리는 것들이 대부분 이지만 입걸은 욕보다 기 싸움이 주를이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직 서로에게 더 살아야할 소중한 삶이 남아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욕과 적정선은 넘지않고 싸워서 그런가 싶기도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힘없어 죽을때까지는 그럴것같습니다 ㅋㅋ
우리집게 아닙니다 ... 조금 더 간장 색갈이 나야합니다 ㅠㅠ 이미지 출처는 대문은 내거고 밑은 네이버입니다
'할아버지 피곤하지? 속초는 좋기는 한데 너무 먼거 같아 .. 그래도 이제 집인데 또가고 싶네 ㅋㅋ'
'왜 냉면집이 그렇게 많은데 속초께 맛있는지 몰라, 짜증나게'
'기집애가 말하는 게 뭐니 버릇없게'
'이번에 와보니 누님이 많이 늙으셨더라 내게는 엄마같이 키워준 사람인데 ... 이번이 살아생전 보는 마지막 같아서 좀 그렇구나'
'고모가 구워주는 도루묵 구이랑 국이 정말 진실로 맛있는데 ... 힘들어 하시는것 같기도 하던데요'
'고모가 참 강한분이시니까 지금도 바닷가에서 생선 창세기 가르고 있지 ... 그렇게 날 키웠고 ...
속초에 와야 제대로 된 가자미식혜니 창란젓이니 냉면을 맛볼수있어서 좋은데 올때마다 하나둘씩 가셨는지 보이질 않아서 서글프기도 하구나'
'아버지도 말 나온김에 집에가면 건강검진 받고 가세요'
'아빠! 엄마가 벌써 예약해놨어'
'건강검진은 무슨 ...'
'아버지 돈 안드는거예요 ... 돈 들까봐 그러시죠,
그리고 집사람이 예약해놨다잕아요'
평생을 그렇게 검약하며 사시고 자신을 위해서는 일원 한푼 쓰시지 않고 사신걸 알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저질르고 사고를쳐야 겨우 마지못해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모든 아버지들 처럼 우리 아버지도
말이지요
'이광호환자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 '
'환자분은 나가셔서 기다리시고 보호자분은 이리 앉으세요'
'얘야 사진속에 혹이 생긴것 같다 ...
자세히 물어보고 필름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봐라'
평생을 업으로 살았던 직업 때문인지 그 짧게 스친 시간에 어느틈에 모니터를 보시고 벌써 빨갛게 상기된 나를 보시며 차분히 그리고 아무렇지도않게 지극히 조용한 말투로 변함없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아는것도 병인듯 싶었죠
'그래도 서울대병원에서 확진을 받고싶구나 ...
큰애야 집에 가있을테니 예약하고 전화해라 그러면 내 다시 올테니'
'아버지는 아직도 고집이세요 정말'
'아버님 여기 계셔요 ...
마침 애 아빠 친구가 거기서 근무하고 있어서 벌써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예약일자 잡아주셨데요'
' .... '
생의 끝자락에 서고보니 자신이 살아온 생에 대해 조금은 아쉽고 서글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튼
가자미식혜가 정말 삭아서 뭉그러지고 가지고 온 창란젓이 젓이되어 소금물이될 동안 더위 한번을 못 느끼고 확진을 받았습니다. 아버진
그리고
정말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는 엄마 같다는 고모가 같은 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오늘 내일 하신다는 말을 들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형 형 아버지 이상하셔'
'왜 왜 무슨일이야'
'아버지 화장실 앞에서 피 토하시고 기절하셨어'
'빨리 119부르고 아버지 손발 주무르고 있어 형이 금방 갈께'
그랬습니다
우리집은 방도 없고 좁아 모시기 힘들어 동생들과 상의해 크고 편한 동생들이 사는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해 제수씨에게는 좀 뭐했지만 둘이서 번갈아 모시도록
해서
장남인 나보다 동생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드랬습니다
'아가야 나 집에가고 싶다'
'안되요 아버지 왜 또 시작이세요'
'아가야!
난 너무 잘 알아서 그런지 쓰는 약도 그렇고 처방약 보면 어떤 상태인지 먼저 안단다 ...
너만 좋다면 너희집에 가서 죽고 싶구나 .... '
'아버지 넓고 편하고 병원 가까운데 계셔야지 어떻게 좁고 불편한집에 가려하세요 ... 그리고 또 동생들이 섭섭해 하는건 생각 안하세요'
그렇게 강인하셨든 아버지가 우셨습니다
'아가야 .... 난 여기 병원이 편하고 좋긴한데 너랑 오래 살아서 그런지 노망인지 몰라도 먹고싶은게 많구나 ....
속초 누이가 만들어주는 식혜도 매운탕도 먹고싶긴 하다만 ... 병들어 누은것 알면 누이가 힘들어 할것 같아서 알리지 말라 했으니 알릴수도 없고 ...
그런데 아가 네가 해주는 가지찜이랑 육계장이랑 순무김치는 먹고 싶구나 .... 집에가면
안되겠니?'
그리고 또 다시 서럽게 우셨습니다
'예 아버님 우리집으로 가세요 ... 다해드릴께요
가지찜도 바지락 가득 넣어 만들어드리고 양지고기 넣고 푹 고은 맑은 육계장도 해드릴께요 ...
애 아빠한테 강화도가서 무사오라해서 순무김치도 드시고 싶을만큼 해드릴께요 ... 울지말고 가세요'
'.....'
'아버님 우리집에 가세요'
어느틈엔가 비좁은 우리집은 평생을 사신 시골집도 아닌 방많고 집넓고 화장실 많은 동생들 집도 아닌 아버지의 집이되신것입니다
그해 여름이 지날무렵 좁은 우리집은 온통 잔치집 같이 음식 만드는 냄새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음식점 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맑고 진한 육계장 국물에 고기는 고춧가루에 따로 버무려 고기와 무 외에는 들어가지 않는 이북식 육계장과 고기대신 바지락과 매운고추 간장 양념이 들어간 가지찜은 우리 식구들의 최애 음식이고 반찬이었습니다
아버지 옆에는 눈치빤한 우리애들이 있어서 불편한 밥상이었을지 모를 밥상이지만 정말 편하게 드시는 행복한 아버지 밥상이셨습니다
'아가하고 큰애야 이리 와 보거라'
'왜요? 어디 아프세요?'
'나 병원에 입원해야겠다'
'왜요? 어디 아프시냐고요?
또
넘기신거예요?
아프면 빨랑 병원가게 일어서세요'
'앉아봐라 ... 이제는 정말 갈때가 오는 모양이다
피 토하는 꼴도 더이상 애들이 봐서는 안되고
이제는 아가 네가 해주는 음식도 맛을 못 느끼고 속에서 받지를 않아 ... 그리고 여기서 애들 있는데 갈수는 없어 ... 사다리차 타고 내려가기도 싫고 ...
그냥 승강기 타고 내발로 내려가서 병원 가야겠다
그리고 내가 병원에 가면 큰애 니가 자주 올 수있는 근처 병원으로 입원 수속을 해라 ... 그게 좋겠다'
'에이 아버진 정말 .... 맘대로 하세요'
'민정아빠!'
'큰 아가! 내 말대로 해다오'
'.....'
아버진 성질 급하고 한가지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질 더럽고 남의 말 잘 듣고 이용당하는 팔랑귀를 가지고 동생들보다도 많이 못난 큰아들이 마눌님 만나 늦게 철들은
아들집에서
편히 식사 한번 편히 못하고 그냥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가시고 단 이틀만에 아버님 가셨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천국이든 어딘지 모르겠지만 따라서 가셨고
말이지요
아마 아들같은 동생이 아프다는 사실을 말 안해서 모르셨을텐데도 같이 가려고 기다리다 가신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둘이 그렇게 다정히 손잡고 가셨습니다
미운정마저 끊으려고 부러 정성스레 차린 밥상 모질게 물리시고 몇번이고 다시 차리게 하더니만
안되겠는지 당신 며느리만 불러놓고
사고뭉치를
부탁하며 그렇게 가슴 아프게 가셨습니다
'아빠! 가자미 식혜 맛이 이상해'
아버지 가신지 17년이 지난 지금 우리집 밥상에는 더이상 그 맛있던 가자미식혜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속의 조알갱이 맛을 우리식구 아무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창란젓은 명란젓으로 바뀌었고 순무 김치는 어느새 너무 딱딱한 김치가 되어 깍두기로 변해버렸으며 음식점 차리라는 육계장은 뭇국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이제는 우리 식구 모두가 평생 먹지 않을 음식 같다는 생각입니다
행복했던 밥상이 불행해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리움이라면 조금 이해는 될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아버님이 가지고 가신 그리움때문에 그런것 아닐까 싶기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지막 꿈속에 오셔서 차려드린 저녁상 맛있다고 말없이 드시고 가신 가지찜은 아직 우리집 밥상에 행복하게 오르고 있다면 신기한걸까요
선물같은 사실입니다
아버지가 안타까워 남겨주고 가신 우리집 만의 특별식 선물인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밤엔 이래저래 문득 바지락이 가득든 아버지 선물 가지찜이 그립습니다
오늘 온가족 여행에서 돌아와 한번도 싸우지 않고 무사히(?)돌아온 것을 자축해야하는데 결국은 뒷풀이 시간에 한바탕 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딸들이 제편은 한마리도 없는것 같습니다
해산물을 주구장창 먹고 다니며 오랜만에 행복한 여행이었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ㅎㅎㅎ
아버지 말대로 저는 늦게 철들었는지도 모르고 또 아직 철이 안들었는지도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맞는것 같습니다
매일 싸우면서도 좋은 콩깍지 말입니다
사실 말이지만 얼마나 콩깍지가 씌워져있는지는 우리 큰강아지가 태어나서 대학 졸업할때 찍은 사진을 보고나서야 우리 마눌님 작은 눈이 조금 찢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말입니다
무튼
내일 아침엔 아버지의 선물처럼 모르는 척 가지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못이기는척 만들어 줬으면하는 바램입니다
2019-8-2 내편없는 거실에서 혼자
못 이기는척 만들어준 가지찜 ㅎㅎㅎ 오늘 (8월 5일)저녁이라 추가로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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