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상살이

처음 사는 삶

세상살이 - 79

by 바보


머리속이 좋은데 복작거립니다

그래서 머리속에서 배반의기록을 꺼내봅니다

모리조 '외젠 마네와 그의 딸' 1883년 작입니다 네이버 출처 이미지입니다



나이 서른을 살짝 넘긴 멋대가리 없는 작은 녀석이 유난하게 부산합니다

쌀쌀맞기 그지없는 놈들 몇명이서 일년을 힘들게 일하고는 결혼 밑천으로 삼을 생각은 안하고 실컷 먹고 놀며 일년에 한번은 꼭 해외여행을 다녀야 직성들이 풀리는 그리고 지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보고야마는 철없다 여긴 놈들중 하나가 친구들중 처음으로 시집을 간다는 날이니까요

놈들 나름에는 처음이겠지만 이제부턴 마치 샘내서 경쟁하듯 줄줄이 결혼이 시작 될거라는 생각이 든것도 잠시지만 말이지요


로또가 맞아야 볼법한 원피스 성장을 한 여식이 이쁘기만 하지만 이 난리통에 성당에서 가족끼리 작은 결혼식을 올려 부케 받으러 간다고합니다

사실 부럽기도하고 걱정이 되는 찰나에 딸의 반란 아니 충격적인 배신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글쎄 이 선 머슴같은 놈에게 남자 친구가 있고 지 언니와 엄마에게는 살짝 알리고 저만 쏙 빼놓고 몰래 연애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혼자한 첫사랑이 아닌 둘이하는 연애를 시작해서

결혼까지 전제로 동화같은 몰래한 사랑을 말이지요

(딸들은 소중한 여우 맞는것 같습니다)


덕분에 요며칠 제 마음도 심란하고 자꾸 제 딸의 얼굴과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축하해야할 일이고 기뻐해야할 일인데 왠지모르게 우울하고 뭔가 허전하고 뭔가를 잃은것 같은 찡한 느낌이 하루종일 머리를 떠나질 않는 까닭은 정말 모르겠지만 아마 처음이라 그렇겠지요

언젠가 처음 경험하게된 연애와 헤어짐으로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은 까닭인지 도통 남자에는 관심 없는 선머슴처럼 지 하고싶은것 신물나게 하더니만

첫사랑이 아닌 사랑을 시작한 작은녀석이 신통하긴 하지만 왠지 못미덥기도하고 분하기도하고 아직은 모른다고 부정적인 또 한편으로는 자매 둘이 정말 쌍둥이 같이 똑같은 큰 녀석 생각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인지 노파심인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말이지요


부모되는것도 처음이어서 육십년 넘게 버벅거리며 살고 배우며 지내왔는데 아직도 처음이 있는걸보니 처음은 계속 반복 하는게 삶인가 봅니다

아니

아직 큰놈이 남았으니 이제 시작이 맞나봅니다

좀더 많은 것을 많은 기회를 주기위해 처음으로 낸 욕심때문에 평생 치열하게 살며 모은 전재산은 고사하고 아이들 몫으로 준비했던 쌈지돈까지 쫄딱 말아먹고 아무것도 해줄게 없는 부모를 조금도(?) 원망하지않고 나름 알뜰이 저축도 했나봅니다

몰래한 연애만큼이나 몰래 정말 꽤 많은 저축까지 해놓은 이유를 물으니 나중에 놀러 다닐 돈으로 모은거라고 해해거리는 녀석 말이 가슴 아프지만

모르고 지나가는 처음의 의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기억하고 의식한 처음이라면 그건 시작이 맞고 또 다른 처음을 맞겠지만 분명 오롯이 자기에게만 추억되는 삶이 맞을겁니다

제가 느끼는 처음과 다른 처음과 시작을 말입니다

적어도 제 딸에게 처음 사는 삶 말입니다


모르게 지나가는 처음들이 시작이되면 그게 삶이 되겠지만 절대 아름답지많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안스럽게 딸의 처음 시작을 걱정하는지도 몰라도 잘 하거라 믿어야겠지요

괜찮을거라고 믿어야겠지요

제가 생각하는만큼 철부지들은 아닐거고 지혜롭게 경험하면서 배우고 우리처럼 부모가 될테니까요

당당하지만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는 시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있으면 상견례도 해야하고 해바뀌면 성당 작은 결혼식을 준비해야합니다

처음 떠나보낼 준비하는 우리나 우리를 처음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각기 다른 처음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슨일이든 처음은 있지만 아무런 상관이나 차이 일도 없이 모든 젊음은 물론이고 어느정도 중고가 되어 세상 때가 적당이 묻어가는 중년들까지 능력이나 지식과는 상관없는 처음을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세상 공기를 처음 맡고 엉뎅이 철썩 때리는 삼신 할메 손바닥 매서움에 울음을 터틀릴때부터 처음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처음 울음이 추억처럼 된 소중한 시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플까봐 겉으로는 말못해도 속으로는 말해봅니다

쓸데없는 잔소리겠지만 그냥 말해보려합니다


기억하고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안해보면 아무도 모르고 처음이 없으면 시작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처음을 맞이하는 나름의 준비와 노력으로 그게 뭐가 되었든 의미와 축복을 모든 시간을 소중히하면 좋겠습니다

나름의 준비와 노력들이 매번 반복되는 그 처음을 누구나 다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는것이 현실이라도

지혜롭게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 뭐가됬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몰래 연애한 우리 막내놈 말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워 알게 모르게 닮는다지만 살다보니 부모 자식일지라도 사람마다 다른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보다는 행복하고 걱정없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끔 우리 딸이 지난 처음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맘은 세상 모든 부모는 같을겁니다

나중에 우리 딸들도 마찬가지고 말이지요


처음은 항상 반복하지만 시작이란 의미를 더하면 삶이라고들 한답니다

자기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아끼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추억과 그 처음들이 쌓인 후회없는 삶보다는 조금은 부족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었으면하는 바램을 가져본답니다

처음의 끝은 시작이라고 하지만 살다보면 추억이 될지언정 끝도 아니랍니다



2020-5-1 오늘이 내일인 시각 퇴근후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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