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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 후 편지

선물을 받으려면 잘 해야 하는거 알지

by 바보


줄처는 다음입니다



오랜만에 만났네

잘 지내지 묻고 싶지만 그렇지가 않네

여전히 바쁘게 치열하게 살고 있겠지

지금보다 조금만 잼지게 살고 있으면 좋겠는데

욕심쟁이에 물러날줄도 모르고 한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 끝나는 그 지랄 맞은 성질 그대로겠지 뭐

그래도 조금은 젊잖아 졌겠지

지금처럼 삶에 쫓기지도 않고

아 뭐 지금도 불행하다는 말이 아니라 여유가 좀 아주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 본 말이야


이제 빠질 머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닮았다면 아주 민 대머리는 아닐거야 그지

흰머리 많은 아재 쯤 되었으면 좋겠네

서두가 너무 길지 미안해

아무리 정리를 해도 머리속이 정리가 안되 자꾸만 쥐가 나네 ..... 고양이가 필요한가


사실은 사십여년 전 첫 편지 이후로 네번째지만 이젠 편지가 아니라 메시지를 쓰고있네

세상이 변했으니까 뭐

낭만은 없어도 절실해서 그때 썼던 그 편지들이 선물했던 도움들 생각이 나서 말이지

그래서 이번에는 딱 오년후 메시지를 그리고 있어

앞으로 오년까지만 필드에서 부딛칠 계획이니까

어쩌면 이런 편지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오년후 쓸 마지막 메시지는 절실하고 바램을 그리기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이야기였으면 좋겠고

또 어쩌면 몸을 움직여야 추레해지지 않을수도 있어 계속 일을 붇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무튼

지금 머리속이 복잡한 까닭은 아마도 여직까지와는 다르게 지금이 너무 아프거든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래서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

아마 초라한 내 모습보다는 아직도 돈키호테 같이 돌쇠짓 하는 내가 내가 사랑하고 지켜야 할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는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일거야

동화속에서는 그러잖아 사람만 올 곧고 처음 시작 그대로 끝까지라면 마법처럼 모든 일이 잘 되잖아

그런데 세상은 다르다는걸 너무 잘알면서도 이번엔 그게 잘 안넘어가네

나이를 헛 먹었는가봐

뭐가 되었든 이번처럼 헛지랄해서 날려먹은 세월과 돈들이 자꾸만 생각나고 지난 오년이 후회되기까지 하니 영 헷갈리네 엄청 세고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평생 들으며 살았는데 이러는건 처음이네

그래도 되돌릴수는 없다는것도 알기에 지금 네게 다시 메시지를 남기는거야

다시 다짐해 두려고


그때처럼 바다를 보러 갈거야

머리를 식히는 것 보다는 나는 내가 평범하고 그냥 조금만 행복해지려고 하는 사람일뿐이고 욕심내는 사람들과는 급이 다르다는것을 다시 확인해보려고 말이지

이것 자체도 욕심일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가 뭐래도 난 나니까

나여야 할것 같으니까 꼭 그래야할것 같아

어딘지 모르는 어두운 지하실 작은 전구 아래서도 꺽지않은 내 자신을 지금 이제와서 되지도 않는 작은 상처에 꺽을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다만

이제는 비겁한 굴복이 아니라 모든일들에 조금은 유연하게 넉넉한 나로 변해야 할것 같아

그래서 미리 말해두려고 하는 말이야

변명같지만 확실한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내 자신을 속이거나 놓치고 싶지않아서 그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니까 말이야


난 변해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 왜냐하면 지금도 좋은 일 나쁜 일들이 적당히 일어나 충분히 재미있고 만족하거든

사실 세상을 바꿀 힘도 없거니와 그렇게 거창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지는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맞는것 같아

그냥 변하는 세상에 흐르는 시간을 소리없이 유유히 강물처럼 거슬리지않고 따라 흘러서 큰 과오없이 여기까지 온것처럼 끝까지 말이지


그래서 지금 내속에 바램을 확인하고자 해


그냥

부지런히 움직이고 빠른시간 안에서 오년후의 나를 만나서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게 제일 큰건가 ...

내 가족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른스럽게 잘 늙어가는 나였으면 좋겠고

초라하지만 당당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웃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없어도 나눠줄 수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같은 사람이면 좋겠고

오래오래 기억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

꼰데라고 놀리던 선생님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에게도 선물을 줄거야

좋아하는 일하며 살수있는 그런 선물

조금만 넉넉한 여유로운 일상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그런 생활

오롯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는 생활

너무 큰 바램일까 모르지만 말 그대로 바램이잖아

선물이란게 말이야


어이

희망사항이 끝났으니 이게 현실이 되려면 예전처럼 또 생각만으로 끝나선 안되겠지

약해진 마음 다졌으니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기다리는 내일을 맞아야겠지

보고싶은 마음으로 말이지

아 선물을 받으려면 잘 해야 하는거 알지



2021-11-2 오늘이 내일되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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