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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y 18. 2023

더 큰 성취보다는 더 사랑할 걸 그랬어

90대 할머니들의 고백

Photo by Esther Ann on Unsplash


7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96세의 나이로 노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미 40여 년 전에 맏손자인 저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었으니, 미망인인 채로 43년을 보내신 거죠. 당시 할머니와 많은 교감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기에 단지 그분께서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홀로 사셨는지 외로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아마도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서 아들(저의 아버지)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셨지 않나 짐작해 봅니다.


몇 년 전에 고모부가 돌아가셨습니다. 미국에 이민 가셔서 잘 살고 계셨는데 70의 나이로 하늘나라 가셨죠. 일 년쯤 후에 고모가 손자들과 귀국해서 대화를 하는데 고모부에 대한 상념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속 깊은 마음이야 제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고모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90대 미국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살아가며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후회는 가족과 관계된 일이었다고 합니다. 서로의 관계가, 모녀 사이든지, 자녀끼리의 관계든지 다르게 흘러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한다고 합니다. 한 할머니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 자녀끼리 서로 대화를 하지 않은지 20년이 넘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라며 90대의 나이가 되어서도 밤마다 후회를 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말이죠.


그럼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살아있고, 자녀들이 아직 어릴 때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맞벌이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 챙기고, 남편도 챙기고 아직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남아있던 그때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였을텐데 인터뷰한 5명 모두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네요. 은퇴한 이후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거죠.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던 시기였던 것도 맞지만, 분명 젊은 가족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그럼 당시의 남편이 진짜 평생의 사랑이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말한 사람도, 아니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만, 결혼하고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다 보면 남편과의 사랑이 나의 행복에 차지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듯했다고 설명했죠. 물론 그렇다고 남편의 애정과 사랑이 필요 없었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고 여성으로서 항상 사랑을 고백받기를 원하고 좋아해 주길 희망했다고 합니다. 섹스 자체는 나이가 들면서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70대, 심지어 90대에 이르러도 여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여자라는 고백이 있었습니다. 약간 미국식일까요? 그냥 사람들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중년의 시기에는 세상의 성공이나 성취가 가장 중요할 수 있지만, 나이가 충분히 든 시점에서 돌아보면 더 많은 것을 성취했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나는 더 많은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합니다. 남편과의 사랑, 자녀와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공동체에서 나눌 수 있는 사랑.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들이 더욱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겠죠.


우리는 청년기에도, 중년기에도, 노년기에도 모두 기쁨과 즐거움, 희망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저 역시 20대만큼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줄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행복과, 즐거움과 희망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욕구들을 초월할 줄 알았건만 여전히 꽃을 보며 감탄하는 아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꼬옥 안아줘야 합니다. 할머니에게 사랑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지금은 후회가 남습니다. 부모님, 아내, 자녀들 모두에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야 되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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