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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06. 2023

러닝 도중에 걸려온 반갑지 않은 전화

화내지 않고 릴랙스 하기

Photo by ŞULE MAKAROĞLU on Unsplash


매년 11월이 되면 하루 걸러 한 번씩 걸려오는 전화가 있습니다. 제 자동차 보험 만기가 12월인데 여기저기 보험회사의 전화가 걸려오죠. 왠간한 보험 회사 전화는 그냥 거절해 버리는데, 가입한 보험은 갱신을 위해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마음이 상했답니다.


운동 중에 음악 듣기가 꺼지고 갑자기 전화벨 소리로 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가입한 A사 보험에서 전화가 왔네요. 잠시 망설입니다. 그러다 러닝 머신을 멈추고 받기로 합니다. 그리고 받자마자 후회합니다. 여태껏 달리던 기록이 초기화되었기 때문이었죠.


화가 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보험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갱신을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갱신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는 걸 멈춘 러닝 머신 위에서 듣습니다.


일단 걷기로 속도를 조절하고 다시 러닝 머신 Start 버튼을 누릅니다. 


“네. 네. 네. 네. 네. 아니요. 네.”


목소리가 곱게 나가지 않더군요. 카드 번호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아니. 나 운동 중인데? 


“카드 정보는 다음에 다시 전화 주세요” 말하고 끊습니다.


제 성격이 뭔가 하던 일을 중간에 멈추거나 계획하지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걸 싫어하는 편입니다. 얼결에 전화받고 러닝 중단을 하는 바람에 처음에 정확히 몇 km를 달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대충 얼마큼 달렸으니 어느 정도 더 달리면 되지, 생각하면서도 끝나고 사직 찍어 놓는데 그 수치가 다를 걸 생각하니 속이 상했습니다.


다음번 전화가 오면 뭐라고 한마디 해야겠어. 하고 생각합니다. 다. 시. 는. 오전에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면 속이 좀 풀리려나? 다시 러닝을 하면서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아냐 그냥 다른 보험사로 갈아탈까? 몇 년간 써왔는데 귀찮은데. 음악은 또 왜 이래?


그러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이거 뭐지? 이런 사소한 일에 내가 이렇게나 마음을 쓰고 화를 내고 있다고?


저는 후회란 완전히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실현된 상황은 바꿀 수 없습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이제 수습하면 됩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대해 몇 가지 후회하는 것들은 있습니다. 사람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후회죠.


하지만 50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보면, 확신하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폭발하듯 소리치며 화를 낸 뒤에 “아, 그때 화내길 정말 잘했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화를 내고, 화를 표출하는 것은 전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화를 한 보험사의 텔레마케터는 당연히 제가 운동 중인걸 몰랐겠죠. 그리고 전화해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게 그들의 일인데, 안 받으면 안 받았지 거기에 화낼 생각을 하다니. 참~ 아직도 인간이 덜 되었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어쩌면 상대방도 좀 무서웠을지도? 전화 들고 운동하면서 헉. 헉. 숨소리를 들었으면…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린 좀 더 릴랙스 해야 할거 같아요. 더 행복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화란 것은 반드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 더 성숙해지길 기대합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말이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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