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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21. 2023

내 인생의 3년 뒤를 알 수 있을까?

인생 퀘스트

Photo by Matthew Kalapuch on Unsplash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제 곧 중학교 배정을 받을 예정입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중학생이 어서 되길 바라고, 고등학생은 어서 대학생이 되길 바라죠. 대학생이 되면 어서 졸업해서 취업하길 기대하고, 연인을 만나 행복하고 싶고, 언젠가 결혼하고 집을 사서 사회가 말하는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하나씩 나이 들어가면서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납니다. 충분히 나이가 든 거 같은데 왜 난 아직 집이 없지? 충분히 어른이 된 거 같은데 왜 난 아직 짝이 없지? 주변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성숙한 사람으로 전혀 안 보이지? 민폐를 온 사방 끼치는 아저씨 아줌마가 왜 이렇게 많지? 저 사람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나? 나이 들면 저절로 성숙해지는 거 아니었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고, 미래에 대한 의심과 불안으로 두리번거립니다. 이렇게 죽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는 걸까요? 사회의 규칙은 누가 만들었으며, 왜 만든 걸까요? 사회에서 기대하는 일꾼으로서의 사람. 아무 생각 없이 규칙을 따르는 사람을 기대하는 걸까요?


빚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4년 만에 6배가 늘었다고 하네요. 10월에 5대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3조 7천억 원이 늘었다고 합니다. 주택 담보 대출이 줄어들지가 않네요. 자동차를 구입해도 이젠 카드 빚으로 사버리니 카드 빚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이란 어떤 것인지 정의하기 어렵지만, 정말 아침에 일어나 즐겁게 회사 일을 기대하면서 출근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끝없는 회의는 생각만으로 지치게 만듭니다. 결혼은 또 어떤가요? 2022년 혼인건수는 19만 2천 건인데 이혼건수는 9만 3천 건입니다. 결혼한 사람의 절반이 이혼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이혼율도 올라갔죠. 


어떻게 살지 계획이 다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계획은 주로 뿌리를 박는 계획이죠. 어디서 살지, 어디에 취직할지, 어떤 사람과 결혼할지. 그 계획이 자아실현, 인생의 목적, 인생의 의미 같은 계획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뿌리가 많고 깊을수록 사실 인간에게 자유는 줄어듭니다.


자유가 줄어들면 인간은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럼 쉽게 회피할 수단을 찾게 되고 술, 음식, 소비재, 오락 같은 것에 빠지게 되죠. 개별적으로 그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빚에 쪼들려 억지로 출근하고, 퇴근해서 할 게 없으니 넷플릭스로 시간을 소비하고 주말에 식당이나 술집을 전전하는 것이 원래 당신의 인생 계획이었나요?


계획을 세우고 사는 건 훌륭한 자세입니다. 다만 그 계획이 남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계획이면 더 멋질 거 같습니다.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의 시선을 벗어던져야 하는 겁니다. 저는 여전히 지금 무슨 일 하세요? 묻는 사람에게 뭐라 답변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니 약간의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완벽한 인생 계획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자신의 인생을 달성해야 할 프로젝트와 미니 퀘스트로 본다고 합니다. 긴 인생을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그런 방식인 거죠. 긴 이력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간별 내가 배운 것과 경험을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당장 1년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에 무엇을 못해서, 실패자라는 느낌으로 살기보다는 하나씩 퀘스트를 해결해 가는, 가끔 어려운 퀘스트는 미뤄두기도 하면서 말이죠. 우리의 커리어가 반드시 사회의 인정을 받는 방향일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회사원의 삶이 나쁘다는 것도 전혀 아니고요.


다만 어떤 삶을 내가 살고 싶은가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삶의 과정을 미니 프로젝트처럼 취급하면 길이 막혀서 더 나아갈 수가 없다는 식의 생각은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이 앞으로 3년 뒤에 어디에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관없어요. 매일 마주치는 기회들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어디에 있든지 충분히 기쁘고 행복할 거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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